▷서울대에서 6·25전쟁 때 희생된 재학생을 기리는 기념물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대는 1996년에 와서야 6·25에 참전했다 숨진 서울대생 27명을 찾아내 문화관 대강당 벽에 명단을 새겨 넣었다. 2009년 19명의 명단이 새로 발견돼 현재까지 확인된 전사자 수는 46명으로 늘었다. 서울대가 부산으로 피란하는 난리통에 학적부 등 관련 기록이 많이 없어져서 그렇지 전사한 서울대생이 수백 명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어느 학교를 가나, 어느 소도시의 시청사를 가나 눈에 잘 띄는 곳에 그 학교 졸업생과 그곳 출신 중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바친 전몰자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침략국이었던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념물이다. 6·25 때 북한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죽은 이들이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나라를 구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서울대에 학문과 교수의 자유는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