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는 듣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 자랑스러운 역사이긴 해도 ‘명량’의 관객 동원은 놀랍다. 그동안 이순신을 소재로 한 소설과 드라마, 영화 등이 적지 않아서 한두 번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련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간절히 영웅을 갈구하기 때문일까.
1597년에 이순신은 12척의 배로 열 배, 스무 배가 넘는 적선과 맞서 싸우며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와 지혜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현대 과학문명을 자랑하는 2014년에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침몰하는 배를 바라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진정한 리더, 헌신적인 책임자가 없었다. 오히려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빠져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목도했고, 각 관련 부서에서는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가 극성을 부렸다. 더욱 답답한 것은 아직도 이 사건이 정확히 파헤쳐지고 이 일을 계기로 현명한 대책이 강구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 줄 책임자가 없는 허전하고 답답한 이 시대에 400년 전 영웅이라도 만나고 싶은 보상심리일까? 그러나 이제는 영웅을 기다리는 대신에 “우리는 정의를 말하면서 불의와 맞서 싸운 적이 있는가”라는 단테의 말을 자신에게 적용해봐야 할 때다. 여름휴가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면 우리 모두 이제 작은 영웅이 되어 보자.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소소한 불의와 맞서 싸울 줄 아는, 타인의 억울함에 함께 분노할 줄 아는, 그런 작은 영웅 말이다. 그것이 위대한 영웅 이순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