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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더꿍∼ 어화둥둥∼” 다문화 아이들 웃음꽃

입력 | 2014-08-07 03:00:00

부산대 학생들 두달간 1대1 멘토… 국악오케스트라 발표회 열어




6일 오전 부산 기장군 기장문화예절학교에서 대학생 멘토 이임민 씨(22·부산대 한국음악학과 거문고 전공·왼쪽)가 다문화가정 학생 최형범 군(11·부산 민락초 3학년)에게 연주법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 어화둥둥∼ 내 사랑이야∼.”

6일 부산 기장군 기장문화예절학교에서 열린 국악오케스트라 발표회. 하얀 얼굴에 커다란 갈색 눈동자의 소녀가 춘향가의 사랑가를 구성지게 부르자 관객들의 눈길이 쏠렸다. 주인공은 어머니가 러시아 출신인 정은수 양(11·부산 민락초등학교 5학년).

은수 양은 동생 은영 양(9·민락초 3학년)과 다문화가정 학생 26명으로 구성된 ‘효원 레인보우 국악오케스트라’에서 각각 가야금 병창과 거문고를 맡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만큼 러시아 발레보다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매는 국악에 푹 빠져 있다. 대학 전공도 가야금 병창이 꿈이다.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인 박재덕 군(15·부산 반송중 3학년)도 이날 대금과 장구를 제법 다뤘다. 다양한 국악기 종류와 소리에 끌렸다는 박 군은 “처음에는 대금이 가야금처럼 현악기인 줄 알았고, 당연히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면서 “이제는 서툴지만 연주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는 부산대 한국음악학과 학생 멘토 23명이 국악에 관심이 있는 다문화 초중생 21명과 4박 5일 동안 음악캠프를 보내며 마련한 마지막날 행사다. 멘토와 학생들은 매일 하루 6시간 이상 대금, 피리, 거문고, 가야금, 타악기, 해금, 아쟁을 가르치고 배웠다. 앞서 6월 초부터는 멘토들이 매주 한 번씩 아이들 가정을 방문해 일대일로 국악을 가르쳤다. 한국장학재단의 다문화·탈북학생 멘토링 사업의 일환이다.

대학생 멘토 유일해 씨는 “다문화 학생들의 부모들이 자녀가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는 걸 좋아한다”면서 “재덕이 어머니는 최근 자신의 식당에서 직접 필리핀 전통 음식을 만들어주실 정도로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두 달간의 특훈 덕에 부모의 고향도, 생김새도, 말투도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국악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이날 발표회에서 머리색이 제각각인 아이들은 ‘휘모리’ ‘평시조’ 같은 국악 용어로 대화하며 합주를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상준 부산대 학생지원팀장은 “아이들이 국악을 통해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아이들이 문화를 통해 부모의 나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