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 말다툼 끝 모친 살해, 발각 두려워 부친도… 에어캡으로 싸
카드 빚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고 집 안에 불을 지른 뒤 도망가던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6일 박모 씨(32)를 존속살해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45분경 “(변을 당한) 부부가 10일째 안 보인다”는 이웃의 신고를 접수하고 성북구 보국문로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해 탐문에 나섰다. 경찰이 주민을 상대로 탐문하던 중 갑자기 박 씨 집에서 ‘펑’ 하는 소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빌라 담벼락에 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박 씨를 검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박 씨 집 안방에서 그의 아버지(69)와 어머니 조모 씨(65)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포장용 에어캡(일명 뽁뽁이)으로 싸인 채였다. 경찰은 주변을 수사하는 모습을 본 박 씨가 살해 현장을 없애려고 이불에 불을 붙인 뒤 2층 창문으로 달아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의 아버지는 택시기사였고, 어머니는 통장을 맡고 있었다. 주민들은 박 씨 부부가 금실 좋고 성당에도 열심히 나가는 평범한 이웃이었다고 전했다. 주민 이모 씨(52·여)는 “가난해도 열심히 살던 부부인데, 아들이 결혼하려던 여자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 최근 파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버지 박 씨의 택시가 계속 서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현관문을 두들겨 봤는데도 인기척이 없어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박성진·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