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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맞고 주저앉았는데 ‘음식물 기도폐쇄’로 死因 결론”

입력 | 2014-08-08 03:00:00

[윤일병 사망 파문 확산/軍 축소은폐 의혹]
군인권센터 “軍 수사 곳곳 허점… 진상규명 의지 있었나”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센터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2차 브리핑’을 열고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은 구타로 인한 뇌진탕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윤모 일병이 억울하게 숨진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은 부검감정서에서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했지만 사실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될 만큼 얻어맞은 것이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 살인의 고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가해 병사들은 ‘윤 일병이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 당국이 덮거나 축소하려던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실체를 7일 조목조목 벗겨냈다.

○ 살인 명백…상해치사 아니다


윤 일병이 정말 기도 폐쇄 증상을 보였다면 의무병이었던 가해자들이 왜 ‘하임리히법’을 시행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임리히법은 기도가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뒤에서 안으며 강하게 복부를 압박해 압력으로 음식물을 토해내게 하는 응급조치법. 임 소장은 “윤 일병이 이미 의식을 잃어 조치할 수 없었거나,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방치한 ‘미필적 고의’였을 가능성을 두고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록에는 가해자 지모 상병이 “윤 일병이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이모 병장이 “윤 일병이 뇌사 상태에 빠지면 가슴에 든 멍(폭행으로 생긴)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 생긴 걸로 하자”라고 입을 맞췄다는 진술들이 다 적혀 있다. 군 인권센터는 “살인 고의성이 없었다면 윤 일병이 살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뚜렷한데 상해치사로 기소한 것은 지휘관들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건 축소 은폐 정황 많다

군은 그동안 “유족들이 소극적이라 현장검증을 비공개했다”고 했지만 7일 공개된 현장검증 계획서엔 가족의 참여 여부 항목이 아예 없었다. 또 유가족들은 현장검증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가족들이 목격자인 김모 일병(의무대 입실 환자)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고, 연락처도 넘겨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 밖에 가해자들이 윤 일병의 속옷을 찢고 갈아입힌 정황으로 미뤄 평소 강제추행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윤 일병의 월급이 들어오는 신용카드를 넘겨받았다는 진술이 있음에도 공소 사실엔 모두 빠져 있다는 것도 지적됐다. 임 소장은 “가해자들이 휴가 때 불법 성매매를 했다는 진술과 증거가 있는데도 간과할 정도로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평소에 장병의 호소를 듣지 않고, 문제가 있는 병사를 관리 감독하지 않은 지휘관들의 직무유기는 문제 삼지 않는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실을 감추려는 군의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 사망 시점 다를 수 있다

가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된 수사기록에는 윤 일병이 4월 6일 이 병장에게 수차례 머리를 맞은 뒤 갑자기 물을 달라고 말했고, 물을 마시러 가다 주저앉아 ‘오줌’이란 단어를 중얼거리다 오줌을 싸고 의식을 잃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운동·언어 장애 증상은 뇌진탕이 왔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고 또 오줌을 싸는 것은 의식이 없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사망 시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7일 숨진 것으로 돼 있는 윤 일병이 실제로는 전날 오후 4시 50분경 연천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실제로는 사망 상태였다고 임 소장은 주장했다. 연천의료원 응급실 기록에 따르면 도착 당시 윤 일병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이른바 DOA(Dead on arrival)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전문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은 뛰게 했지만 호흡이 없었고, 그 상태로 하루를 더 버틴 다음 공식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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