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 파문 확산/軍 축소은폐 의혹] 군인권센터 “軍 수사 곳곳 허점… 진상규명 의지 있었나”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센터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2차 브리핑’을 열고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은 구타로 인한 뇌진탕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 당국이 덮거나 축소하려던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실체를 7일 조목조목 벗겨냈다.
○ 살인 명백…상해치사 아니다
윤 일병이 정말 기도 폐쇄 증상을 보였다면 의무병이었던 가해자들이 왜 ‘하임리히법’을 시행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임리히법은 기도가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뒤에서 안으며 강하게 복부를 압박해 압력으로 음식물을 토해내게 하는 응급조치법. 임 소장은 “윤 일병이 이미 의식을 잃어 조치할 수 없었거나,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방치한 ‘미필적 고의’였을 가능성을 두고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은 그동안 “유족들이 소극적이라 현장검증을 비공개했다”고 했지만 7일 공개된 현장검증 계획서엔 가족의 참여 여부 항목이 아예 없었다. 또 유가족들은 현장검증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가족들이 목격자인 김모 일병(의무대 입실 환자)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고, 연락처도 넘겨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 밖에 가해자들이 윤 일병의 속옷을 찢고 갈아입힌 정황으로 미뤄 평소 강제추행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윤 일병의 월급이 들어오는 신용카드를 넘겨받았다는 진술이 있음에도 공소 사실엔 모두 빠져 있다는 것도 지적됐다. 임 소장은 “가해자들이 휴가 때 불법 성매매를 했다는 진술과 증거가 있는데도 간과할 정도로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평소에 장병의 호소를 듣지 않고, 문제가 있는 병사를 관리 감독하지 않은 지휘관들의 직무유기는 문제 삼지 않는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실을 감추려는 군의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 사망 시점 다를 수 있다
사망 시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7일 숨진 것으로 돼 있는 윤 일병이 실제로는 전날 오후 4시 50분경 연천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실제로는 사망 상태였다고 임 소장은 주장했다. 연천의료원 응급실 기록에 따르면 도착 당시 윤 일병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이른바 DOA(Dead on arrival)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전문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은 뛰게 했지만 호흡이 없었고, 그 상태로 하루를 더 버틴 다음 공식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