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단 릴레이 기고]②유흥식 대전교구장
지난해 10월 26일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 도중 갑자기 연단 위로 올라온 꼬마의 머리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당시 교황의 너그러운 모습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다. 동아일보DB
유흥식 대전교구장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 국내에서도 교황의 방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한에 따를 ‘교황 특수’를 계산하고 웃는 사람들과 교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교황의 다소 진보적인 자세를 두고 일찍부터 방한 반대를 외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교황의 방한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모두 자신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하느라 바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주된 목적은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청년에 대한 애정이 많아 대회 참석을 결정한 교황의 방한에 맞춰 과거 종교적 박해로 순교한 신앙인들의 시복식이 치러지는 경사도 맞게 됐습니다. 교황은 짧은 방한 기간에 정치인과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만나지만 이번 방문의 목적은 순수한 종교적인 것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 모두의 ‘덧셈 뺄셈’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온갖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 앞에서 교황이 자기편이 되어주길 갈망하다가 조금만 불리해지면 평가절하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교황 방한 이후의 후폭풍이 조금은 걱정된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저는 각자의 손익 계산을 잠시 멈추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분은 믿음과 삶이 일치하고, 말과 행동이 같은 분입니다.
교황은 누구일까요? 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그는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요? 그는 그저 ‘예수’라는 분을 닮으려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상하좌우 어느 이념에도 구속되지 않고 신앙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인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으로 살아가는 단순하고 소박한 분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교황을 보는 데 집중해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그의 말과 행동을 나의 삶에 비춰 보기를 기원합니다.
유흥식 대전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