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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재난통신망 구축비용 주먹구구 산출

입력 | 2014-08-08 03:00:00

‘자가망’ 결정 논거 분석해보니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31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을 ‘자가망 중심 방식’으로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결정 논거가 상당부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본보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실을 통해 입수한 미래부의 ‘재난망 기술방식 정책연구 중간연구 결과보고서’를 학계 연구기관 통신업계 등의 통신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재난망과 관련한 미래부의 기술적 검토 내용과 함께 구축 방식을 결정한 핵심 근거를 담고 있다.

○ ‘뜬구름 잡기’식 비용 산출

이번 재난망 선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부분은 비용이다. 망을 새로 까는 자가망 중심 방식이 어떻게 기존 망을 활용하는 상용망 중심 방식과 비용이 비슷하게 소요되느냐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부는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 제조업체 등 7개사로부터 받은 정보제안서(RFI)를 근거로 총 투자비용을 산출했다. 미래부는 가격을 써낸 4개사 중 자가망 중심 방식을 제안한 A사(2조2585억 원)와 상용망 중심 방식을 택한 B사(1조9042억 원)를 비교해 “자가망 방식이 상용망 방식보다 예산이 15% 정도 더 든다”고 결론지었다. 자가망 중심으로 구축해도 투자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략적인 커버리지 기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을 산정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4세대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이 빨라야 2020년 이후 5세대로 진화할 것이므로 2017년 재난망을 구축하면 상당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다’는 내용에 대해 한 전문가는 “반대로 생각하면 상용망 위주로 구축하면 5세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안정성, 보안성은 상용망도 충분

통신 서비스의 안정성도 미래부가 자가망 중심 방식을 택한 이유다. 보고서에선 LTE 핵심장비인 패킷게이트웨이(PGW·휴대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장비)가 전국 한두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상용망의 취약점으로 들었다. 해당 지역에 홍수나 정전이 발생하면 재난망이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통신전문가는 “상용망을 재난망으로 쓴다고 하면 기술적으로 PGW를 얼마든지 분산시킬 수 있다”며 “현 상태만을 놓고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보안성에 대해선 판단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 20쪽에는 “상용 트래픽과 혼재되면 (해킹 등의) 보안위협이 상존한다”고 돼 있지만 23쪽에는 “보안 유심, 통신내용 암호화, 단말기 관리기능 등을 이용해 상용망에서 자가망 수준의 보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상반된 의견이 나와 있다.

한편 7일 국회에선 ‘한국형 재난안전통신망 추진을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배성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는 “자가망을 설치하면 같은 기술로 10년 이상 사용해야 하지만 상용망은 기술 진보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상용망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