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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영웅으로 떠나는 노장을 보고싶다

입력 | 2014-08-08 03:00:00


저는 원칙주의자입니다. 지난해 포항 경기 일정을 구단 입맛에 따라 바꾸면 안 된다고 칼럼을 썼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구본능 총재님을 비롯한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분들께 “예외를 인정해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리려 합니다.

3일(현지 시간) 메이저리거 짐 토미(44)가 클리블랜드와 하루짜리 계약을 맺는 걸 지켜보면서 이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미는 메이저리그 6개 팀에서 뛰면서 612홈런(역대 7위)을 때린 강타자입니다.

2012년 볼티모어에서 생애 마지막 경기를 뛰었지만 그는 데뷔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인디언(클리블랜드 애칭)으로 은퇴하기를 바랐습니다. 구단은 하루짜리 계약을 맺어 토미가 클리블랜드 선수로 은퇴할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역대 팀 최다 기록인 337홈런을 친 스타에 대한 예우였죠.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은퇴하려고’ 일일(一日) 계약을 맺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마쓰이 히데키(40)도 지난해 7월 뉴욕 양키스와 하루짜리 계약을 맺고 양키스 멤버로 은퇴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마쓰이가 계약한 팀은 양키스가 아니라 산하 마이너리그 AA팀 트렌턴이었습니다. 양키스가 마쓰이와 직접 계약하려면 40인 로스터 한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에 우회 작전을 쓴 겁니다. 일일 계약의 상당수는 이렇게 실제로는 마이너리그 계약입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이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퓨처스리그(2군) 계약’이라는 옵션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해도 은퇴식만큼은 KIA에서 하고 싶다”는 ‘스나이퍼’ 장성호(37)는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말 하루짜리 계약을 맺는다면 KIA는 등록선수 65명 중 한 명을 방출해야 하니까요. 통산 2071안타 중 1741개(84.1%)를 KIA에서 쳤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은퇴 경기는 더 복잡합니다. 은퇴 선수가 경기에 나서려면 누군가는 2군에 내려가야 하고, 2군에 가면 열흘 동안 다시 1군 선수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한화 코치(44)는 스프링캠프를 모두 소화하고도 KIA에서 그냥 은퇴식만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 한해서 엔트리 제약 조건을 풀어주면 안 될까요?

내친김에 야구 규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선수 대여’를 은퇴 선수에 한해서만 푸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장성호는 물론이고 홈런 311개(역대 6위)를 친 넥센 송지만(41) 역시 자기가 홈런 171개를 쳤던 한화 유니폼을 입고 팬들과 작별 인사를 주고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송지만은 넥센 팬들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한화 팬들이 아끼는 선수니까요.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그 전에 예외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장종훈 한화 코치(46)는 은퇴를 앞둔 2005년 올스타전에 특별초청 선수로 참가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야구팬들에게 2000안타, 300홈런을 지켜볼 수 있는 ‘특혜’를 준 선수들에게 이 정도 특혜는 허용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사실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한 경기를 위해 친정 팀에 돌아오는 선수들이 있다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겁니다. 팬들에게는 노장을 영웅으로 만들 권리가 있으니까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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