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진흥원 “제도 정비 시급”
“구글 글라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구글 글라스를 뺏기고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올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세라 슬로컴 씨(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여성은 구글의 안경 형태 웨어러블(wearable·입을 수 있는) 기기인 구글 글라스를 썼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폭행한 이들은 “남들 모르게 사진을 찍는 구글 글라스 때문에 도시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은 ‘웨어러블 기기가 언제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대중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7일 내놓은 ‘착용형 기기 관련 개인정보 보호 법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가 각국에서 제기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법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웨어러블 기기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영국의 경우 폐쇄회로(CC)TV 지침 개정안에 ‘몸에 착용하는 영상 카메라’ 항목을 만들었다. 호주는 법제개혁위원회가 ‘디지털시대에서의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보고서를 발표해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영상정보처리기기(카메라 등)를 설치·운영하는 것은 범죄 예방 수사, 교통 단속 등의 목적에만 허가하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영상정보처리기기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 제한이 없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