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은 명량의 성공이 이순신 덕분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순신 리더십을 갈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그럼에도 ‘성웅 이순신’ 같은 따분한 과거 영화와 비교해보면 영화 덕은 없고 이순신 덕만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명량의 성공은 이순신을 그의 인간적 고뇌까지 담아 형상화한 데다 후반부의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반부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 과잉의 비평가에게는 대중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이런 것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진중권이 한 말은 아니지만 명량의 성공은 배급사인 CJ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순신도 위대하지만 더 위대한 것은 CJ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CJ의 마케팅이 뛰어난지 영화 개봉 전부터 설모 교사의 명량 해설 강의가 인터넷에 쫙 나돌았다. 개봉 후 영화의 메인관은 다 명량이 잡고 있어 다른 영화는 보고 싶어도 못 볼 지경이라고 한다. 진중권의 반골적 시비조차도 노이즈 마케팅처럼 흡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