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으로 가는 이 길/임준철 지음/408쪽·2만 원·문학동네
자만시(自挽詩)란 어찌 보면 참 생뚱맞은 문학작품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죽었다 생각하고 이를 애도하는 내용인데, 살짝 궁상맞다. 살다가 때 되면 떠나는 거지, 뭘 그리 직접 챙기고 앉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선인들의 뜻은 그리 얕지 않은 모양이다. 단순히 죽음을 기린다기보단 삶의 끝이란 가정 아래 평생을 복기하는 게 중요하다. ‘오호 통재라’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셈이다.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해지는 울림이 상당하다. 그만큼 자만시는 죽음이란 거대한 장벽 앞에서 낱낱이 드러나는 인간적 속내가 오롯하기 때문일 터. 하지만 두꺼운 책을 읽는 내내 곡소리를 듣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다. 옛사람들이 지닌 고고한 정신세계를 받아들이기가 벅찬 감도 없지 않다. 솔직히 겁도 나고. 그래도 하나는 알 것 같다. 삶이 행복해야 죽음도 행복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