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반면 우리 국민의 국내관광 지출 실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국내관광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1%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내국인 국내관광 비중은 70∼90%에 이른다.
모두들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비싼 해외여행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열악한 국내관광 여건과 ‘일점호화소비(一占豪華消費)’란 키워드가 합쳐져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국내의 관광 여건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연휴나 휴가기간에는 자칫하면 길 위에서 시간을 다 보내야 한다. 휴가지에 도착해서는 밀려드는 인파와 바가지요금 탓에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가져간 그늘막을 치려 할 때 파라솔 대여업자들에게 “우리가 허가받고 영업하는 땅이니 나가라”란 소리를 들으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금만 더 아껴서 일년에 한 번뿐인, 그렇잖아도 짧은 휴가에 통 크게 한번 투자하자’는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엔 항공료와 철도요금, 숙박료 등 국내여행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조금만 돈을 더 쓰면 해외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된다. 일점호화소비 트렌드가 끼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점호화소비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때 생겨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불황기에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내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전반적인 지출을 줄여 특정 부문에만 소비를 집중하는 현상은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로케팅’이란 이름으로 등장한 바 있다. 아무리 어려울 때라도 사람들은 ‘작은 사치’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회를 잡아내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트렌드는 여러 흐름의 교차점에서 생긴다는 점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일전에 만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해외여행사와 백화점 푸드코트만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색다른 경험’과 ‘색다른 입맛’이란 소비자 취향이 일점호화소비와 만나 인기를 얻고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백화점들은 최근 잇달아 동네 맛집들을 유치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반면 국내여행 산업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면 불황에도 탈출구가 없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