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경제부
반면에 한 국책은행에 다니는 B 씨는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지점장이 휴가를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선배들도 줄줄이 휴가가 밀려 있어 휴가를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0영업일, 하나은행은 15영업일의 의무휴가를 준다. 그러나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은 5영업일, 정부 산하 공공기관(예금보험공사)이 대주주인 우리은행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3∼5영업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장기 휴가를 즐기는 시중은행 직원들을 지켜보는 국책은행 직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한 국책은행 직원은 “휴가를 장려하면 휴가를 가지 못할 때 지급하는 연차 보상비도 줄일 수 있고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져 생산성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60억 원, 기업은행은 190억 원의 연차 보상비를 지급했다.
산업은행은 휴가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최근 들어 노조와 의무휴가 일수를 늘리고 연차 보상비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총대’를 메고 휴가 일수를 늘려 다른 국책은행에도 ‘눈치 안 보고 휴가를 가는 문화’가 확산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충현 경제부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