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보고도 못 본척… 신고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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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보장 안 되는 신고…하고 싶어도 못해”
신고자는 보통 관심병사로 분류된다. 지휘관들이 보호 차원에서 신고자를 관심병사로 분류한 것이지만, 관심병사가 되는 순간부터 면담 등을 이유로 자주 불려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 부대에 소문이 퍼지고, 동료를 고자질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곤 한다.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복무 중인 B 병장(26)은 “가혹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군이 워낙 폐쇄적인 조직이고 말이 빨리 퍼지기 때문에 무언가 하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신고 자체가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현실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의 ‘모범 답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대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이들을 상급부대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전출시키려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A 씨는 “GOP(일반전방소초)에서 근무할 때 한 부대원이 폭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소원수리를 했는데 소대장이 이를 묵살했다”며 “이후 그 친구가 소원 수리했다는 게 선임들에게 알려져 그 친구만 더 힘들어졌고 결국 대대장한테 울면서 호소한 뒤에야 다른 부대로 갔다”고 전했다.
○ 전출 후에도 겉도는 신고자들…‘그럴 바엔 남아라’
군도 고민을 호소한다. 부대 전출 및 보직 변경을 쉽게 허용하는 것이 자칫 특혜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관심병사인 경우가 많아서 다른 부대도 이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운 좋게 받아주는 부대가 있더라도 새로운 부대의 생소한 환경에서 ‘아저씨(다른 부대 병사를 지칭하는 말)’ 대우를 받다가 전역한다. 선·후임 서열도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한 예비역 장교는 “아예 해군이나 공군으로 옮기더라도 군 조직의 특성상 개인 기록에 왜 옮기게 됐는지 다 적혀 있어 얘기가 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무철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보훈민원과 조사관은 “권익위에서 2011년 9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엔 내부 신고자를 고발자로 배척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며 “내부 공익신고자·공익제보자와 같은 용어 사용으로 제보자는 배신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