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족 “수사권 요구 차버려… 재협상 자신 없다면 물러나라” 당내 강경파 “의총서 합의 파기” 중도파 “절차 문제… 파기는 안돼”
농성장 찾아가 설득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내용이 미흡하다면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유가족 설득에 나선 박영선
박 위원장이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것은 10일 오후 1시경. 유가족 설득에 성공한다면 당내 일부 의원의 불만도 무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유가족들을 만나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며 “17명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유가족 추천 몫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린 것은 성과”라고 거듭 설득했다.
박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의 특검 추천권을 고수하는 일부 반대세력을 겨냥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관련해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이 수사했지만 국민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고, 오히려 이 사건에 면죄부를 준 역효과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합의대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면 유가족 측 의견을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절반 이상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 일부 강경파 “전면 재협상” 성명
당내 일부 강경파는 거듭 여야 합의 파기를 외치고 있다.
2007년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10일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의원총회에서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결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옛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은 트위터에서 “세월호 합의는 의원총회가 파기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친노(친노무현) 좌장이자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여야 합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족들의 동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중도파 “돌파구 마련 지혜 모아야”
중도파들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 내용보다는 박 위원장이 원내대표단 등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합의한 절차를 문제 삼는 기류가 강하다. 호남의 한 3선 의원은 “합의문에 서명하기 전에 의원총회를 열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도출해낸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합의 파기 시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환골탈태를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표적인 중도 온건파인 정성호 의원은 “여야 합의를 깨뜨리면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하겠나. 지도부 리더십만 타격 받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결국 ‘혁신은 내팽개치고 또 싸움만 한다’고 인식돼선 안 된다”며 “돌파구 마련을 위한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