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이 8층 격리병상으로 들어가는 이중문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중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고, 한 개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작동해 병원균을 차단한다. 오른쪽 사진은 본보 유근형 기자가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을 착용한 모습.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비행기에서 나오면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엔 현재 10∼13개의 검역대가 운영되고 있다.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체온이 38도가 넘는 사람이 발견되면 2층 보안구역에 위치한 격리진료실에서 추가 검진을 실시한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했거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공항 내 격리병상으로 격리돼 잠복기(최대 21일) 동안 관찰을 받는다.
설사, 구토 등 의심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돼 전문 치료가 필요하면 전국 17개 지역 격리병원으로 즉시 이송된다.
실제로 본보 기자가 보호장비를 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호흡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의료진이 이런 복장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송에는 음압시설이 완비된 특수 구급차가 사용된다. 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병원균을 없애 의료진의 감염을 막아주는 시설이다.
증상이 나타날 정도의 환자가 발생했다면 그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환자들에 대한 추적관찰도 진행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잠복기 동안에는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동승자들은 주로 가정에 격리된다. 다른 가족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지역 보건소 직원이 매일 격리 여부, 건강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가장 많이 이송될 곳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이다. 8층에 음압병상을 갖춘 특수격리병상이 15개, 일반격리병상이 12개가 준비돼 있다.
8층 격리병동에 들어가려면 이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2개의 문은 절대로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하나의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는 시스템으로 감염균 전파를 막는 기능을 한다.
병동에 들어서도 음압시설이 완비된 격리병상으로 들어가려면 또 한 번의 이중문을 통과해야 한다. 격리병상에 들어서면 환자는 보호장비를 벗고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특수격리병상은 공기가 문에서 병실 안으로 흐르게 설계됐다. 의료진이 병실에 들어갈 때 병원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병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필터는 공기를 계속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는 다시 주입한다. 공기 중 미생물을 죽이는 UV라이트도 설치돼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국 등 최고 수준의 격리병상은 연구실과 붙어있다. 환자 치료와 각종 검사,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BL4 수준의 연구실 하나를 만드는 데 약 200억 원이 소요된다. 치료와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의 경우 현재 전문의 3명, 간호사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심각한 감염병이 발생하면 전문의 1명과 간호사 1명이 24시간 돌봐야 한다. 환자가 3명이 넘을 경우 사실상 정밀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종복 국립중앙의료원 부원장은 “실제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력 충원 등의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2007년에 지은 특수격리병상은 최신식은 아니지만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