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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재명] ‘대통령 7시간’에 밀린 ‘세월호 본질’

입력 | 2014-08-11 03:00:00


이재명·정치부

여야가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를 한 차례 연기한 끝에 18∼21일 열기로 합의했다. 전대미문의 참사가 벌어진 뒤 넉 달 만에 ‘간신히’ 열리는 청문회다. 여야는 막판까지 청문회에 세울 증인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탐욕과 이기심, 무사안일로 얼룩진 ‘최악의 인재(人災)’를 파헤치려는 여야 간 증인 채택 경쟁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야당이 반드시 청문회에 세우겠다는 이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이다. 이들에게서 캐내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다. 정확히 말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첫 서면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까지 한 번도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박 대통령의 ‘감춰진 7시간 행적’을 파헤쳐 보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야당의 주장처럼 대면보고나 대책회의를 수십 번 했다면 세월호 구조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렇게 믿는다면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신(神)적 대통령’ 신봉자다.

본질을 외면하기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7시간 집착’에 빠진 건 ‘국민안전’을 내세운 정부가 너무나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이런 허탈함이 “도대체 박 대통령은 뭐했냐”는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초기 대응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통령 경호’라는 불가침의 영역 뒤로 숨어버렸다.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위치는 항상 비밀”(김 비서실장)이라니 누가 박 대통령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상 실시간 위치라도 물었단 말인가.

야당이 불 지피고 청와대는 쉬쉬하는 사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루머가 국경 너머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언론의 칼럼을 인용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저급한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는 “대통령은 경내에 있었다”며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굳이 설명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안을 시시콜콜 해명하고 있는 청와대도 답답해하겠지만 그런 청와대를 지켜보는 국민은 더 답답하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