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치부
탐욕과 이기심, 무사안일로 얼룩진 ‘최악의 인재(人災)’를 파헤치려는 여야 간 증인 채택 경쟁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야당이 반드시 청문회에 세우겠다는 이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이다. 이들에게서 캐내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다. 정확히 말해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첫 서면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까지 한 번도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박 대통령의 ‘감춰진 7시간 행적’을 파헤쳐 보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야당의 주장처럼 대면보고나 대책회의를 수십 번 했다면 세월호 구조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렇게 믿는다면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신(神)적 대통령’ 신봉자다.
야당이 불 지피고 청와대는 쉬쉬하는 사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루머가 국경 너머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언론의 칼럼을 인용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저급한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는 “대통령은 경내에 있었다”며 뒤늦은 진화에 나섰다. 굳이 설명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안을 시시콜콜 해명하고 있는 청와대도 답답해하겠지만 그런 청와대를 지켜보는 국민은 더 답답하다.
이재명 정치부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