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군대인 홍군(紅軍)의 총사령관을 지낸 주더는 원래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이름을 날린 군인이자 부패 관료였다. 뇌물을 받고 아편에 탐닉하며 처첩들을 위해 궁궐 같은 집을 짓고 살았다. 돈과 여자, 지위, 명예 등 모든 것을 가졌지만 독서를 좋아했던 그는 책을 통해 중국의 후진성에 눈을 떴다. 결국 그는 처첩을 뒤로 한 채 아편을 끊고 혁명가의 길로 나섰다. 1930년대 중국 공산당의 최대 시련기였던 대장정 기간 중 그는 맨발로 다니면서 사병들과 똑같이 풀뿌리와 호박으로 배를 채웠다.
▷권력은 한여름 생선처럼 부패하기 쉽다. 크든 작든 완장을 차면 수많은 유혹에 직면한다. 눈 한 번 감으면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웬만큼 강직하지 않으면 부패의 고리에 편입되기 십상이고, 현실을 핑계로 이상을 저버리기 일쑤다. 평등을 부르짖던 공산국가의 지도자 중에서 권좌에 오른 뒤 특권과 사치, 향락에 젖어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데 몰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건 혁명의 아이러니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