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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운하 개통 100주년]10년간 준비한 ‘100세 파티’… 달갑잖은 경쟁자가 나타났다

입력 | 2014-08-11 03:00:00

태평양~대서양 잇는 물류의 허브 가보니




태평양~대서양 운하 개통 100주년

파나마시티=부형권 특파원

파나마는 원주민 말로 ‘물고기가 많다’는 뜻이다. 운하를 통해 북미와 남미,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니 가만히 있어도 물고기가 모여드는 길목에 있다. 운하를 통해 ‘연결의 나라(Country of Connectivity)’가 된 셈이다.

태평양 쪽 발보아 항에서든 대서양 쪽 크리스토발 항에서든 60∼80층 고층 건물들이 늘어선 파마나시티의 해안 산책로에서든 바다만 바라보면 대형 선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렁이 떼처럼 지나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파나마 운하가 15일로 개통 100주년을 맞는다. 파나마는 약 10년 전부터 100주년을 준비해왔다. 기존 파나마 운하보다 더 크고 현대적인 ‘제2 파나마 운하’도 건설에 들어갔다. 2005년 대국민 설명에 이어 2006년 국민투표를 거쳐 2007년 착공했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 100세 잔칫상에 선물 대신 새로운 도전과 변수가 올려지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연결의 나라’의 차분한 운하 100주년?

나라 전체가 ‘파나마 운하 100주년 열기에 가득 차 있을 것’이란 예상은 6일 오후(현지 시간) 파나마시티의 토쿠멘 국제공항에 내리면서 깨졌다. 홍보 입간판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미라플로레스 방문센터로 직행했다. 갑문이 열리고 닫히면서 선박을 계단식으로 올리고 내리는 장면을 볼 수 있는 운하 전망대와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여기엔 ‘100주년 입간판’이 보였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대형 선박들이 갑문을 통과하는 광경을 200∼300명의 관광객이 지켜보고 있었다. 건물 10층 높이(약 30m)의 선박들이 눈앞을 지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조던 루크 씨는 “갑문 안에서 물을 채웠다가 뺐다가 하면서 이런 큰 배를 움직이는 모습이 경이롭다”며 “그냥 구경 왔는데 100주년이라니 더 의미 있다”고 했다. 캐나다 대학생 데이비드 번햄 씨도 “브라질 가는 길인데 파나마를 잠시 들렀다. 100주년인 건 여기 와서 알았다”고 했다. 현지 파나맥스여행사 가이드인 로빈 디아스 씨는 “파나마 운하는 원래 관광객이 많이 온다. 100주년이란 이유로 일부러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100주년 열기가 기대만큼 못한 데에는 제2 운하 공사가 기일보다 늦어진 게 영향을 줬다고 운하청 관계자가 말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파나마 컨소시엄이 지난해 말 “초과 공사비(약 16억 달러)를 추가 지급해 달라”고 발주처인 운하청에 청구하며 공사가 2개월 넘게 중단된 것이다. 이 문제는 중재재판에 넘어갔고, 공사는 어렵게 재개됐다. 이 갈등 때문에 ‘운하 100주년=제2 운하 시대 개막’이란 당초 계획은 내년 말로 늦춰줬고 이 역시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파나마 운하의 앞날과 ‘미중 운하 대전(大戰)’

파나마 운하는 10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경쟁자를 만났다. 파나마보다 북미대륙에 더 가까운 니카라과가 ‘홍콩-니카라과 운하개발(HKND)’과 손잡고 파나마 운하 길이(83.3km)의 3배가 넘는 278km짜리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한 파나마 측의 현지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실현가능성, 채산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호르헤 키하노 운하청장은 현지 언론에 “니카라과 운하 건설비용(약 400억 달러)이 파나마 운하 확장(제2의 운하 건설) 비용(약 53억 달러)의 거의 4배여서 ‘운하 통행료’도 훨씬 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청 측은 또 “파나마 운하는 하루(8∼10시간)면 통과하지만 3배 이상 길게 설계된 니카라과 운하는 (완공되더라도) 3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남미통인 조병립 주(駐)파나마 대사는 “니카라과 운하 뒤에 중국이 있다. 중국은 중남미에서 단기 이익을 얻으려고 공략하지 않는다. 미국 입김이 강한 이 지역에서 중요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지정학적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하다. 현지 글로벌 기업의 한 임원도 “중국이 나선 만큼 어떻게든 운하가 건설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동부 뉴욕에서 출발한 배가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데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9500km를 가야 하지만, 니카라과 운하를 통하면 8700km로 운항 거리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발보아 항에서 만난 한 대형 선박의 선장은 “니카라과 운하가 건설되면 ‘미국과 파나마 대 중국과 니카라과’의 경쟁 내지 대립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시티=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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