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국책 연구기관 석박사급 연구원들의 비리가 잇달아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어제 철도차량의 제동장치에 규격 미달 마찰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A 씨와 업체 5곳의 대표 등 10명을 구속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화진흥원 연구원 2명도 정부의 정보통신방송 융합 과제를 발주하면서 2억70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12억 원의 정부 출연금을 횡령해 어제 구속됐다. 지난주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연구원 3명이 미래 정보기술(IT) 시장의 총아로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특정 업체들에 몰아주고 11억1000만 원의 나랏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파와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학자의 양심에 따라 직무에 충실해야 할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히 철도 제동장치 시험성적서 조작은 자칫 안전사고로 번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현금과 상품권 2360만 원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팔아먹은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주축이 돼야 할 미래부 산하 연구기관의 비리는 창조적이기까지 하다. 구속된 연구원들은 직접 유령 IT업체를 만들거나 사업비를 부풀려 세금을 빼먹었고 협회를 만들어 IT업체들에서 회비 형식으로 뇌물을 받아 챙겼다. 업자의 꾐에 빠져 한두 번 뇌물을 받은 수준이 아니라 직접 연결고리가 되어 미래부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기도 했다. 공무원, 국책 연구기관, 업체들이 ‘먹이 사슬’을 이뤄 정부 예산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이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