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학 시인
‘이달에 만나는 시’ 8월 추천작은 정재학 시인(40)의 ‘공모(共謀)’다.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시인이 6년 만에 내놓는 세 번째 시집 ‘모음들이 쏟아진다’(창비)에 실렸다. 추천에는 김요일 신용목 이건청 이원 장석주 시인이 참여했다.
정재학 시인은 정치적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시를 썼다. 정 시인은 ‘공모’ 시작(詩作) 메모에 이렇게 썼다. “때로 진실은 너무 깊숙이 감추어져 있어서 우리는 어떤 부패에 대해 심증만 가질 뿐 교묘하게 조작되어 있는 상황에 농락당하기 쉽다. 권력이 강하면 더욱 쉽게 불리한 상황을 빠져나간다. 우리는 농락당하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밝혀져야 한다.”
“어릴 때부터 시와 음악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한때는 시를 쓰면서 음악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음악은 능력 부족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시인에게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지만 음악가에게 열등감을 느낀 적은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이 시에 많이 담긴 것 같습니다.
김요일 시인은 “정재학이 단선율 음계로 연주한 몽환의 선율은, 다양한 색채의 기표가 되어 ‘한여름 밤의 음악회’를 더욱더 비밀스럽고 신비하게 만든다. 시집을 덮어도 끊임없는 배음(倍音)이 되어 귀를 때리고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라고 했다.
이원 시인은 “시집에서 재즈와 씻김굿을 넘나들며 ‘전위적 굿판’을 만들어냈다. 그의 초현실적 상상력이 이토록 생생한 것은, 바로 이것이 은폐하고 싶었던 우리 사회의 민얼굴이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신용목 시인도 “정재학은 ‘풍경의 해부학자’다. 그는 우리 시대의 아픈 장기들을 꺼내 수술대 위에 올려놓는다. 보라, 보라, 보라고 외치는 그의 발밑에는 늘 피가 흥건하다”고 추천했다.
장석주 시인은 김근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를 추천하면서 “김근의 시는 불편하다. 한데 그 불편함이 어딘지 익숙하다. 어디선가 불쑥 나온 젖은 손 하나가 발목을 붙잡고, 모르는 손이 내장을 끄집어내는데, 이렇듯 몸은 온전성을 잃고 해체된 지체들로 저마다 현실을 감당할 때, 현실은 낯섦과 기이함으로 물든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