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아경기 앞두고 스스로 다그치는 1인자 양학선
‘뜀틀 황제’ 양학선이 6일 서울 태릉선수촌 내 체조훈련장에서 평행봉에 올라 몸을 풀고 있다. 양학선은 이날 “최근 훈련을 많이 하지 않아 근육이 예전만 못하다. 열흘 뒤에 오면 달라져 있을 것이다”며 웃었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뜀틀 2연패를 노리고 있는 양학선은 링과 마루에서도 금메달을 목표로 다관왕에 도전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된 훈련으로 굳은살이 박여 있는 양학선의 양쪽 손바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뜀틀 황제’ 양학선(22·한국체대)은 스스로도 답답한 듯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쳤다. “4년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말만 되뇌었다.
4년 전 그는 한국 체조의 떠오르는 유망주였다. 2010년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은 4위에 올랐다. 그해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에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그는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 “왜 요즘 운동 안 해?”
그는 4년 전보다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열정이 많이 없어졌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은 하지만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2년이 지나니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운동도 조금 지루해졌고 예전보다 아픈 곳도 많이 생겼다. 몸이 좋지 않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컨디션을 올리려는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 그는 “4년 전에는 할 때 하고 쉴 때 확실히 쉬었다. 목표 의식도 강했는데 지금은 목표도 많이 사라진 기분이다”고 말했다.
○ “금메달 부담 때문이야?”
현재 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식도염이다. 그는 “부담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를 짓누르는 부담감은 ‘신기술’이다. 그는 “많은 분들이 금메달보다 신기술을 더 원하고 있다.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신기술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텨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두 개를 가지고 있다. 2011년 ‘양학선1(뜀틀을 짚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 비틀며 정면으로 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뒤 ‘양학선2(뜀틀을 옆으로 돌면서 짚고 몸을 편 채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를 개발했다. 연이은 신기술 개발은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아시아경기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다 보니 꼭 ‘양학선2’를 선보여 성공시켜야겠다는 중압감이 있다. 벌써부터 ‘양학선3’를 언제 보여줄 것이냐는 이야기도 나와 부담감이 100배 더 생긴다”고 말했다.
○ “욕이라도 해주고 싶다”
○ “4년 뒤에도 당당해야지”
4년 전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는 다시 땀을 흘리고 있다. 개인훈련도 강화했고 보강훈련도 자청해 하고 있다.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으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감도 있다. 그는 “나를 두고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1등을 하고 내려와야 진짜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지금은 최고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4년 뒤의 나에게 당당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