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하다. 이슬람교는 평화를 가르치는 종교지, 테러를 가르치는 종교가 아니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중앙교회에서 만난 파키스탄 국적 A 씨(50)는 기자를 보자 대뜸 이 말부터 꺼내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경찰이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등의 이슬람 국가 출신 중 테러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정보 수집활동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대상은 국내에 거주 중인 해당국가 외국인뿐만 아니라 새롭게 입국하는 해당국가 출신 외국인 역시 포함하고 있다. 테러 전력이 있거나 테러 가능성이 의심되는 외국인이 주된 정보 수집 대상이다.
그러나 경찰이 거주지 파악, 직장 정보 수집, 해외 입국자의 입국 목적과 숙박업소 같은 정보까지 파악에 나서자 이슬람교도들은 발끈했다. A 씨는 "지난 주 금요일에 경찰 2명이 사원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묻고 다니길래 쫓아내려다 참았다"며 얼굴을 붉혔다. 이슬람교도 B 씨(22)는 "교황이 이슬람교도에게 세족식을 해주는 등 친 이슬람 행보를 보여 우리는 오히려 교황의 방한을 환영한다"며 경찰의 정보 수집활동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경찰은 대 테러 대비를 약화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황뿐만 아니라 외국 정상 등 국빈급이 방문할 때면 벌이는 통상적인 수준의 정보 수집활동이라는 것이다. 해당국가 출신 외국인들에 대해 정보 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경찰관은 "테러라는 것이 한 치의 실수만 있어도 발생한다"라며 "교황 행사 때 구멍이 생겨버리면 국제적 망신이라 불가피한 통상적인 정보 수집활동"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