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실탄’ 한푼이 아쉬울 때… 檢수사로 불이익 받을까 전전긍긍
김창덕·산업부
최근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고위 공무원이 한 말입니다. 각 정부부처는 6월 기획재정부에 내년에 필요한 예산을 써 냈고 현재 1, 2차 심의가 거의 끝났습니다. 미래부가 총괄 조정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도 2차 심의까지 끝낸 뒤 지난달 30일 기재부에 보고를 마쳤습니다. 기재부는 이달 말이면 최종 심의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정책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지키려면 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 미래부 산하 기관들의 비리 사실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심지어 10일에는 미래부 사무관까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미래부는 지난해에도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정책 효과가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산이 많이 깎였다는 거죠. 올해 10월 부산에서 개막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만 하더라도 지난해 294억 원을 신청했지만 실제 배정받은 예산은 174억 원(59.2%)뿐이었습니다.
미래부는 신임 장관이 온 데다 창조경제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청와대 의지도 강해 조심스럽게 내년 예산 증액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기재부 예산실장 출신인 이석준 제1차관이 지난달 25일 취임해 기대치는 더 높아졌지요. 그런데 스스로 공든 탑을 무너뜨리게 된 셈입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11일 박수용 NIPA 원장과 장광수 NIA 원장을 불러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합니다. 미래부로선 하필 예산 시즌에 악재가 생긴 게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은 본래 ‘확보’보다는 ‘집행’이 더 중요합니다.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불씨를 스스로 꺼뜨리는 과오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투명한 정책 추진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창덕 산업부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