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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전복 의도 인정… 내란음모 무죄에도 감형 폭 작아

입력 | 2014-08-12 03:00:00

[이석기 항소심]公黨 의원이 내란모의 죄 무거워
“RO 제보자 진술 신빙성 있지만, 존재 입증할만한 증거는 부족”
통진당 해산심판에 영향 줄듯… 檢 “판결 납득 안돼” 상고 뜻 밝혀





눈 감은 이석기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고법 피고인석에 앉아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이날 내란선동은 유죄가 인정됐지만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가 선고돼 1심에 비해 형량이 3년 감형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는 무죄.’

내란을 의도하고 주장한 것은 인정했지만 실제 내란 실행의 구체적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 여부도 보다 엄격하게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혀 ‘내란 음모’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대법원에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 “위험하다” vs “충분치 않다”

내란음모 혐의를 두고 1,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내란음모 실행 가능성과 위험성이 높다”며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충분히 입증할 만한 내란의 실체가 없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내란’의 의미를 실질적인 체제 전복의 위협이 되는지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 사건의 내란음모 혐의가 성립되려면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의 존재 유무 △구성원들 간의 범행 합의 △구체적인 실행 준비 방안이 입증돼야 한다. 1, 2심 재판부 모두 사건의 발단이었던 지난해 5월 RO 회합 참석자들과 피고인을 조직화된 집단으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RO라는 존재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RO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또 항소심은 RO 회합에서 구체적인 내란 준비 방안이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파괴할 것인지 얘기가 나왔다는 정도로는 내란 음모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1심 재판부가 “폭탄 제조 및 테러와 관련된 정보 수집이 이뤄져 언제든지 폭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 검찰 “내란선동 유죄로 절반의 승리”


검찰은 ‘1라운드는 완승이었지만 2라운드는 절반의 승리’라는 입장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 7명의 내란음모는 무죄라고 봤지만 이석기 김홍열 피고인의 내란선동 혐의는 원심 판결처럼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형법상 내란음모와 선동죄는 나란히 제90조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제1항과 제2항으로 분명히 구분돼 있다. 두 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로 같다. 검찰 측은 “종이 한 장 차이인 두 죄를 놓고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리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피고인의 경우 1심의 징역 12년에서 3년이 줄어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내란음모 혐의가 빠진 나머지 피고인 5명의 형이 모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점에 비하면 감형 폭이 작다. 내란선동 자체도 국가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데다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는 정당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국가체제 전복을 논의했다는 점은 죄질이 무겁다고 본 것이다.

○ 정당해산 심판에도 영향 미칠 듯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항소심 판결은 이석기 의원 개인의 내란음모 혐의를 판단한 형사사건이다.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정당해산 심판 사건은 통진당 강령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느냐가 심판 대상이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이 의원의 활동이 통진당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고 해산을 청구한 것이어서 두 사건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법무부는 ‘통진당 핵심 세력인 RO가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라 내란을 음모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전복하려 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날 서울고법이 RO의 실체를 부인해 통진당의 위헌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달 말 법무부가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지정한 이 의원의 항소심 공판기록을 서울고법으로부터 넘겨받았다. 법무부와 통진당 측은 12일 오전 10시 진행되는 12차 변론에서 공판기록 일부를 정당해산 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지를 놓고 또다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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