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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보다 악명 전-의경, 3년새 구타 크게 줄여

입력 | 2014-08-12 03:00:00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
가혹행위 부대 해체-지휘관 처벌… 신고 신병은 원하는 부대 배치
의경 지원율 지난달 19대1 기록




신병이 오면 곧바로 속칭 ‘폐쇄실’로 부른다. 간부들이 모르는 비밀 공간, 구타를 위한 장소로 주로 으슥한 창고나 장비보관실이다. 병사들 전원을 한곳에 모아 때리는 걸로 신고식을 대신한다. 신병이 잠을 자다 코를 골기라도 하면 고참이 바로 깨워 주먹과 발로 때린다. 신병 100일 동안에는 움직일 때 벽에 붙어 다닌다.

2011년 경찰이 자체 적발한 전·의경 가혹행위의 일부다. 전·의경의 가혹행위는 일반 군대보다 악명이 높았다. 2002년 서울의 한 기동대에서 근무한 유모 씨(33)는 “선임병이 때리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짬통(잔반통) 음식을 주워 먹으라’는 인간 이하의 지시를 내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 3년 만에 ‘환골탈태’

3년이 지난 지금 경찰의 복무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경찰이 2011년 1월 강원 307전경대 동기생 6명이 탈영해 부대 내 구타를 신고한 이후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다. 복무 문화가 달라지면서 지원자도 늘었다. 2010년 1.4 대 1에 불과했던 의경 지원율은 올해 7월 19.3 대 1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찰은 ‘충격 요법’부터 시작했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2011년 1월 “내부 구성원을 괴롭히는 부대는 존재 의미가 없다”며 구타 및 가혹행위가 발생한 307전경대를 해체했다. 100여 명의 307전경대 전원은 지휘관부터 갓 들어온 신병까지 ‘가혹행위 부대’ 출신이라는 딱지를 달고 전국에 흩어졌다. 307전경대 외에 강원경찰청 내 다른 2개 부대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원수리가 접수된 전남경찰청 산하 611전경대도 해산됐다.

이후 경찰은 지휘관 개혁에 나섰다. 영내 구타는 의무복무 중인 전·의경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이를 방치한 소대장과 중대장 등 지휘관 문제가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경찰청은 서장급인 총경을 팀장으로 10명의 복무점검단을 꾸렸다.

점검단은 새벽이라도 전국 전·의경 부대를 불시에 들이닥쳤다. 당직 중인 지휘관이 졸거나 승진시험 공부를 하고 있으면 곧바로 징계조치했다. 구타 및 가혹행위를 방조해도 처벌했다. 경찰은 그해 상반기(1∼6월) 부대 지휘관 372명의 복무 해이를 적발하고 8명을 형사 입건했다. 같은 기간 가해자 424명이 적발된 것과 비슷한 수치다.

당시 경찰청 전·의경 계장이었던 이영철 경찰청 경비1계장은 “경찰 내부에서는 2011년 복무 개선이 ‘혁명’이었다는 말이 나온다”며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은 없다는 말이 전·의경 지휘관 사이에 퍼졌다”고 전했다.

○ 조직 내 ‘별’이 직접 챙겨야

구타 근절의 마지막 ‘퍼즐’은 현역 전·의경의 가혹행위 신고 여부였다. 이전까지 전·의경 내부에서는 “소원수리해 봐야 경찰청까지 접수되지 않고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경찰은 2011년 1월 26, 27일 이틀간 경찰청 국장(치안감급)을 각 지방에 보내 전입 6개월 이내 모든 신병의 소원수리를 받았다. 군으로 따지면 장성이 직접 모든 신병의 가혹행위 유무를 점검한 셈이다.

신병들은 모든 짐을 싸서 모였다. 가혹행위를 신고하면 원하는 부대로 배치하고, 15일 휴가를 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었다. 당시 경찰청 경비과장을 맡았던 이중구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은 “‘허위 신고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잘못된 악습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새로 시작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365건의 구타 및 가혹행위 신고가 접수되면서 전국의 부대를 일제 점검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신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가혹행위는 잡초와 같다”며 “수장의 의지가 약해지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것이라 꾸준히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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