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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설치-퍼포먼스… 그 모든 게 스토리텔링 도구”

입력 | 2014-08-12 03:00:00

11월 말까지 국내 첫 개인전 여는 멀티아티스트 김성환




김성환(왼쪽)과 그의 음악파트너 데이비드 디그레고리오가 200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다스 아츠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설치작품 ‘인 더 룸 1’ 관련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작곡, 연주, 보컬을 혼자 해결하는 디그레고리오는 이번 국내 개인전에서도 공연을 선보인다. 김성환 제공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는 때로 예술가의 교감능력에 대한 평가다. 30일∼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첫 국내 개인전을 여는 김성환 씨(39)는 유럽 예술계와의 교감에 먼저 성공해 한국에 이름을 알렸다. 2년 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지하 대형 오일탱크를 개조해 마련한 신관 ‘더 탱크스’ 개관 기념전의 첫 작가로 그를 초대한 것.

김 씨는 비디오아트를 주재료로 삼아 설치작업과 퍼포먼스를 전시공간에서 유기적으로 결합시킨다. 모든 도구는 그의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미디어다. 주어진 전시공간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테이트모던에서 처음 공개한 영상작품 ‘템퍼 클레이(Temper Clay·진흙 개기)’를 위해 김 씨는 몇 점의 의자를 디자인했다. 그가 의도한 동선(動線)을 따라서, 혹은 그것을 거슬러 움직이는 관객과의 관계맺음을 거치며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개인전을 위해 한창 변신 중인 아트선재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본 작품은 2007년작 ‘게이조의 여름날’. 1937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경험한 서구인의 텍스트에 현대 서울의 이미지를 입혔다. 난해한 소설을 읽다가 이해하기를 포기한 기분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건축을 공부하다 1년 만에 미국으로 떠나 윌리엄스대에서 수학과 미술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비주얼스터디 석사학위를 받았다. 방황을 한 건가.


“1학년을 다녀 보니 졸업해 어떻게 살아갈지가 보였다.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가운데 삶을 ‘확정’하고 싶지 않았다. 보다 근원적인 학문을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게 수학이었다. 명확한 까닭을 쥐고 한 분야로 들어간 사람이 10년 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입면을 보고 들어간 건물의 내부공간이 예상과 전혀 다른 경우와 비슷하다.”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얻은 건가.


김성환의 영상작품 '강냉이 그리고 뇌씻기'(2010년). 김성환 제공

“작업을 하다 보니 ‘그렇게 할 수 있겠구나’ 발견한 거다. 기하학에서 원을 해체하면 선이 된다. 영상작업은 하나의 선이다. 따라가면 끝이 나온다. 그런데 영화 ‘첨밀밀’(1996년)처럼 처음과 끝 장면이 같은 영상물은 원형의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처음과 끝이 같은 스토리텔링의 선을 원으로 본다면, 그 스토리의 ‘끝’이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있을까?”

―들을수록 알쏭달쏭하다.


“퍼포먼스에서 쓰는 가면이라는 도구를 수학으로 가져오면 ‘치환’을 뜻하게 된다. 재킷 안쪽에 오른손을 넣으면 누구나 ‘총을 빼들겠구나’ 생각한다. 그때 총을 A라는 변수로 놓고 칼, 지갑, 사탕, 풍선으로 바꾸면 스토리 의미에 다양한 변화가 발생한다. ‘템퍼 클레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 왕’을 골조로 삼아 현재 한국의 상황을 덧입혔다. 배경은 어릴 때 살던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영국인에게 ‘리어 왕’은 한국인에게 ‘콩쥐팥쥐’처럼 익숙한 이야기다. 거기서 예상 밖의 해석을 끌어낸 것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

―어쨌든 늘 뭔가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붙들고 그 도구를 찾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보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았다. 방법을 표현하기 위해 내용을 찾는다. 영국 작가 해럴드 핀터는 희곡을 쓸 때 인물의 정체와 관계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자기도 모른 채 쓰다가 필요하면 규정한다. ‘아빠’라는 대사가 처음 나오면 그때 비로소 부자관계가 형성되는 식이다. 캐릭터가 아니라 구조만 생각해도 이야기는 나올 수 있다. 전시에서 관객으로 인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2000∼3000원. 02-733-8945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