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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외된 장애아동 찾아…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사랑”

입력 | 2014-08-12 03:00:00

한국 천주교 주교단 릴레이 기고 <3·끝> 장봉훈 청주교구장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6일 오후 교황님께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충북 땅에 오시어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십니다.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 계시는 분, 가난한 사람들의 벗으로 세계가 존경하는 교황님을 직접 뵈올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교황님께서는 청주교구 꽃동네를 방문하시어 가장 먼저 장애인들과 만남을 갖습니다. 장애인들과의 만남에 초대된 분들은 ‘성모의 집’에 사는 장애아동들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처음에 장애아동들과의 만남만을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성모의 집이 꽃동네에서 30여 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경호의 어려움과 일정상의 문제로 어른 중증장애인들의 생활시설인 ‘희망의 집’으로 옮겨 만남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꽃동네 성모의 집 장애아동들은 두 번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한 번은 부모로부터 장애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버려졌고, 또 한 번은 장애아 입양을 꺼리는 한국 사회의 의식 때문에 버려진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시어 소외된 사람들 중 가장 소외된 장애아동들과의 만남을 원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말씀 대신 장애인들 특히 장애아동들을 극진한 사랑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어루만지며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교황님의 모습은 장애인들에 대한 우선적인 사랑과 관심을 온몸으로 호소하는 외침이라 생각합니다.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의 높은 벽을 허물고 사랑과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특히 장애아동들에 대한 우선적인 사랑과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 일정 중에는 ‘태아동산’에서의 기도가 있습니다. 교황님은 태아동산 기도 후 선천성 사지절단증 장애인인 이구원 선교사도 만나실 것입니다. 이 만남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귀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태아동산에는 1000개의 작은 십자가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 십자가는 매일 이 땅에서 낙태되는 태아 1000여 명의 죽음을 상징합니다. 교황님께서는 태아동산에서 침묵 중에 하느님께 인간 생명을 소홀히 한 인류의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고, 인간 생명이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존중되고 보호받는 세상이 되도록 기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교황님께서는 낙태를 하루빨리 멈추고, 모든 가정이 생명의 성역으로 남게 되기를 기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생명경시 풍조와 폭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가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을 계기로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보호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 일정 중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수도자들과의 만남’도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4400여 수도자들과 성무일도(聖務日禱·가톨릭공동체가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며 바치는 공적인 기도)를 바치실 것입니다. 행사에 참석한 3만여 명의 신자들도 야외에서 함께 성무일도를 바칠 예정입니다. 이 기도가 유향연기처럼 하느님 대전에 올라가, 한국 교회의 쇄신과 성장, 그리고 남북의 평화와 통일이 앞당겨지는 은총이 내려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교황님과 한국 천주교회 평신도 지도자 153명의 만남도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역사를 보면 평신도들은 이 땅의 복음화에 특별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진리 탐구로 자생했고, 100여 년간의 길고도 혹독한 박해를 이겨냈습니다. 오늘날도 평신도의 역할은 지대합니다. 교황님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만남이 평신도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됨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 땅의 복음화와 아시아 선교, 특히 중국 선교와 북한 선교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역사적인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이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일깨우는 자리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장봉훈 청주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