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中>가혹행위 사라지려면 지휘관 의식부터 개혁을
○ 지휘관의 방관과 무소신 척결 필요
일선 지휘관들의 방관과 무소신이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폭력을 ‘대물림’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건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지휘관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일병 사건도 상급 지휘관의 무관심과 사건 축소, 초급 간부(하사)의 폭행 가담이 빚어낸 21세기판 병영 대참극이었다.
지휘관들이 병사를 ‘부속품’이나 ‘소모품’으로 여기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선 부대를 다녀보면 병사를 하인이나 시종 취급하면서 잔심부름을 시키는 간부가 많다”고 말했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이런 문제는 징병제가 갖고 있는 숙명이자 병폐”라고 지적했다. 때가 되면 부하(병사)들이 충원되는 구조에서 일선 지휘관들은 부하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가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처럼 모병제 국가는 병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부하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윤 전 장관은 진단했다.
○ “초급 간부 자질 향상이 병영 혁신 출발점”
군 당국에 따르면 매년 3100여 명의 부사관이 구타 가혹행위와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이 중 130여 명이 강제 퇴출되고 있다. 전체 부사관 7만5000여 명의 평균 4% 이상이 범죄와 결격사유로 해마다 징계를 받는 셈이다. 또 대학 재학 및 졸업자가 전체의 51%인 병사들과 달리 부사관은 4%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로는 부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맡는 부사관이 병영을 장악하고 병사를 관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은 장교보다 보수 및 처우가 낮은 데다 사회적 인식도 낮아 갈수록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 “소통이 필요해…”
일선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소통시간이 부족한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중대장 이하 초급 지휘관은 교육과 훈련은 물론이고 잡다한 행정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부대원 중에 ‘관심병사’라도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은 아예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양구의 모 사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 대위는 “사고라도 터지면 상부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페이퍼 워크’를 처리하느라 일선 지휘관들은 진이 다 빠진다”며 “병사들과 스킨십은 고사하고, 개별 면담도 건성건성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상부의 보고시간에 맞추기 위해 별문제가 없는 병사는 아예 면담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상급부대의 지나친 간섭이 초급 간부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장교를 지원하도록 양성 및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초급 간부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해 병사 관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