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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축사-교황 미사로 ‘화해 무드’ 뜰때 北 대면 시도

입력 | 2014-08-12 03:00:00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정부, 19일 접촉 전격 제안 배경
亞경기 참석 등 北도 유화 국면… 당국자 “北, 접촉 긍정 검토할 것”
추석상봉 이뤄지면 ‘변화의 동력’… 통일준비委 활동에 힘 실릴듯




“북측이 이번 고위급 접촉 제안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전격 제의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런 낙관적인 기대감부터 내비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는 이번 주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가 풍만해지는 시기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와 교황의 한반도 평화 기원이 맞물리면 꼬였던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

○ 교황 방한, 아시아경기대회 호재 적극 활용 포석

정부가 전격적으로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은 지금이야말로 변화의 동력을 얻을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스포츠 행사인 9월 아시아경기대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는 돌파구 마련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북한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한다면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상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안은 2기 내각 출범에 맞춰 대북관계 개선에 매진할 것임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출범한 만큼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남북 간 돌파구 마련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 메시지와 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 새로운 남북관계의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교황 방한에 앞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도권을 잡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19일 전후의 한미 연합 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한 비난 공세를 지속하면서도 아시아경기대회 참석 등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사일 발사훈련장만 찾던 북한 김정은이 최근 경제 시찰로 발길을 돌린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정부가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母子)보건 지원 사업에 1330만 달러(약 137억 원)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은 북측의 호응을 얻기 위한 마중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면 드레스덴 선언이나 통준위 발족과 관련해 북측에 소상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중 기류는 여전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북한에 대한 신중한 기류도 나온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남북 협력을 진행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일 대북 제재 공조체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촉발된 5·24조치 해제를 논의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1996년 동해 잠수함 침투 사건 뒤인 그해 말 북한 매체가 (구체적 책임 소재를 밝히지 않으며) 유감을 표명한 뒤 남북 교류가 재개됐다”고 말했다. 5·24조치도 이런 방식으로 해제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깜짝 제안’과 관련해 “의례적인 것도, 획기적인 것도 아닌 딱 중간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김정안 jkim@donga.com·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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