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서 2013년 은퇴 24세 김은영, 프로배구연맹 심판 아카데미 참가 “배구 룰 잘 알지만 판정 어렵네요”
프로배구 선수에서 심판으로 진로를 바꾼 김은영이 10일 경기 수원시 영생고 체육관에서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 아카데미에 참여해 실습을 하고 있다. 김은영은 2008∼2009시즌 데뷔해 인삼공사 센터로 활약했다. 수원=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물론 그는 여전히 국가대표를 꿈꾼다. 그러나 이제 시상대가 아니라 배구 코트 제일 높은 곳에 서는 게 목표다. 선수에서 심판이 되기로 진로를 수정한 것이다. 2012∼2013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김은영(24) 이야기다. 그는 요즘 매주 주말마다 경기 수원시 영생고 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 아카데미에 참가하고 있다. 총 8주 과정 중 벌써 7주가 지났다.
10일 영생고 체육관에서 만난 김은영은 “같은 해 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들 대부분이 현역이다. 이들이 뛰는 경기에서 심판을 본다고 생각하니 어색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주변에서 기왕 시작했으니 국제심판이 돼 올림픽 결승전 주심을 보겠다는 목표를 가지라고 격려해 주셔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마디로 재미있으면서 어렵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원래 배우는 걸 좋아한다. 은퇴한 뒤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땄던 이유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배구 룰은 알아도 심판이 정말 어려운 직업이었던 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배구연맹 심판위원이기도 한 김건태 KOVO 심판위원장은 “김은영은 컵대회(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대회)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분석하며 관중석에서 혼자 연습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남달리 ‘깡’이 있는 성격도 심판을 하기 좋은 자질”이라고 말했다.
심판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는 영생고 체육관은 얼핏 군대 훈련소 제식훈련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현직 심판들은 “팔 동작을 먼저 하고 나서 고개를 들라”처럼 자세를 교정하라고 끊임없이 예비 심판들에게 지시했다. “목소리를 더 크게 내라”는 주문이 “휘슬 소리가 작다”고 바뀐 것 정도가 훈련소와 다를 뿐이다. 실기가 끝이 아니다. 배구 기본 규칙은 물론이고 모호한 상황에 대한 판정법을 묻는 필기시험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심판 아카데미 참가자 24명 중 14명은 이미 대한배구협회 인증 심판 자격증 소지자다. 그런데도 이렇게 ‘신병’ 수준으로 연수를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김장희 KOVO 경기운영팀장은 “그동안 체계화된 매뉴얼이 없다 보니 이런 연수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운전으로 치면 ‘장롱 면허’ 소지자가 너무 많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기존 KOVO 심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OVO는 이번 아카데미 참가자 중 7, 8명 정도를 전임 심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수원=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