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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돈 가뭄’ 자치구 10월 복지대란 우려

입력 | 2014-08-12 03:00:00

서울 25개區 재정자립 최악
불황여파 稅收 4년새 4000억 줄어… 써야할 돈은 7조원서 9조로 껑충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1742억 ‘구멍’… “국가지원 없을땐 차질 불가피”




서울 25개 자치구의 ‘돈 가뭄’이 심각하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영·유아 예방접종 같은 정부 복지 사업이 자치구의 주머니를 축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도 10년 새 50%대에서 30%대로 떨어졌다. 자치구마다 ‘10월 복지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기초연금, 무상보육 ‘막막’

올해 25개 자치구의 전체 지방세수는 3조1000억 원 정도다. 2010년 3조5000억 원에 비해 4년 새 4000억 원이나 빠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취득·등록세가 준 것이 원인이다. 반면 써야 할 돈은 7조2000억 원에서 9조2000억 원으로 2조 원이나 늘었다. 대부분 기초연금, 무상보육비, 영·유아 예방접종비 같은 복지 비용인데 올해 2조2822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예산은 2조1323억 원만 편성돼 1742억 원이 모자란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각각 부족한 588억 원, 1154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치구는 당장 기초연금이 걱정이다. 서울의 기초연금 수령 대상자는 58만5000여 명으로 65세 이상 인구(92만9000여 명)의 63% 수준이다. 자치구에서 1500억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지만 예산은 9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600억 원이 부족한 셈이다.

현재 기초연금 예산을 지급할 수 있는 자치구는 종로·송파·중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을 제외하고 자치구별로 추가로 돈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초연금은 사실상 중단된다.

서울시는 자치구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안전 도로 등의 예산을 끌어와 메워야 할 상황이다. 특별교부세 400억 원 정도를 더 내려 보낼 예정이지만 여전히 200억 원 이상 필요하다.

무상보육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필요한 예산은 2057억 원이지만 1596억 원 정도만 편성돼 있다. 461억 원 이상이 부족하다. 강남·구로·마포구 정도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꾸릴 수 있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특별교부금, 예비비를 다 긁어모아 복지비로 쓴다 해도 10월 전후가 고비”라며 “국가에서 지자체에 지원하는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 않는 한 내년에도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재정자립도는 10년 만에 최저

자치구의 수입이 줄면서 평균 재정자립도도 33.6%까지 떨어졌다. 2005년(54.7%)보다 21.1%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1.5∼4.2%포인트씩 급락했다.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곳도 △강남구(64.3%) △중구(63.5%) △서초구(63%) △종로구(55%) 정도. 10곳 이상이던 2005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전체 구의 절반 이상인 19곳의 재정자립도가 20∼30%대.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로 17.2%로 강남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어 강북구(20.4%)와 도봉구(21.2%)도 열악하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