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추정 cctv 화면. 독자 제공
○ 매실 농장서 250m 떨어진 곳에서 포착
1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흑백 CCTV 영상에는 5월 29일 오전 11시 반경 의문의 백발노인이 '숲 속의 추억'에서 약 2.9㎞ 떨어진 학구리 594-××번지 T철강 공장 뒤편 도로를 지나가는 모습이다. 이 노인은 왼손으로 끈이 달린 가방을 들고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다리를 절며 걷는다. 그 동안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인상 착의와 일치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동영상 속 노인의 옷차림 등이 시신으로 발견된 유 전 회장의 것과 거의 똑같고, 화면 속 노인의 이동 경로를 추정해보면 시신 발견 장소가 나온다는 점, 영상이 찍힌 장소가 인근 주민 2가구가 지나다닐 뿐 인적이 극히 드물었다는 점 등에 비춰 이 인물이 유 전 회장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경찰 탐문 조사에서 영상 속 노인을 평소에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유병언 최후 행적 밝혀지나?
유 전 회장은 5월 26일경 '숲속의 추억' 내 비밀 공간에 숨어 있다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될 뿐 이후부터 사망까지의 행적은 드러난 적이 없다.
동영상 속의 노인이 유 전 회장이라면 그는 5월 26일 '숲속의 추억'을 빠져 나와 계곡을 따라 이동한 뒤 29일 오전 매실 농장 인근으로 발길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신발이 흠집이 많았다는 경찰 발표에 미뤄 유 전 회장이 계곡을 거쳐 이 일대로 도피했을 수 있다. 유 전 회장의 사망 추정 시점도 29일 오후에서 30일 새벽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인근 CCTV 화면을 추가로 확보해 영상 속 인물의 동선과 인상착의를 대조해 유 전 회장인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변종국 bjk@donga.com / 순천=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