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산업부
퇴근한 지 한참 됐는데, 혹은 출근 전인데도 e메일이나 그룹채팅창에 도착한 팀장 메시지를 받아본 적 있으실 겁니다. 논문 등을 보내며 ‘내일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혹은 ‘업무 활용 방안을 고민해봅시다’라고 하면 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해야 할지 ‘네’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대답이 짧지는 않은지, 느낌표를 찍을까 마침표를 찍을까 10분 넘게 고민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스마트폰이 족쇄처럼 느껴집니다.
프랑스에서 최근 고용주연맹과 노동조합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로자들은 e메일이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일명 ‘e메일 금지법’입니다. 규정에 따르면 근로자는 업무시간 외에는 휴대전화를 끄고 e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는 e메일을 확인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불이익을 주면 안 됩니다. 프랑스 경영인총동맹 측은 “직장 밖에서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업무도 노동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언제라도 e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업무 효율은 정말 높아졌을까요. 설사 효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프랑스와 독일은 ‘건강한 근무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효율보다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낳는 부작용이 커 ‘연결을 끊을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으니까요.
‘한 건의 메시지’라도 받는 사람에게는 ‘대형 프로젝트’급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혹 이 기사를 본 뒤 후배에게 “그렇게 싫었니?”라고 물어봐도 후배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고 할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짜 괜찮다’는 뜻이 아닌 것 알고 계시겠죠? 후배를 둔 모든 직장인 여러분.
서동일 산업부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