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발표
정부가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제조업 위주의 경제 체질을 바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다음 달 제주에 국내 최초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에 4개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적극 풀어주기로 했다. 한강을 30여 년 만에 종합 재개발해 프랑스 파리 센 강 같은 관광명소로 만든다.
하지만 서비스업 육성은 정부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여 동안 22차례나 대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정부는 상당 부분을 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 등으로 추진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복안이지만 얼마나 실현될지 미지수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에 사활을 건 것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대 서비스업종을 키워야 수출과 함께 내수가 경제를 이끄는 ‘쌍끌이형’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매출액이 10억 원 늘어날 때 제조업 취업자는 2.1명 늘어나지만 서비스업 취업자는 11.7명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서비스업 근로자 1명의 연간 생산액은 2011년 기준 3860만 원으로 제조업(851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비스업이 음식숙박업 같은 저부가가치 분야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서비스업 대책이 현실화돼 의료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활성화되면 총 15조 원 규모의 투자가 창출되고 18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기획재정부는 특히 청년(만 15∼29세) 일자리 수가 전체 일자리의 절반이 넘는 10만 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확정된 대책에 따라 지난해 말 제주도에 피부 및 성형 특화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한 중국 싼얼병원의 설립이 다음 달 중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싼얼병원이 내국인에게 줄기세포 불법 시술을 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사업 승인을 보류해 왔다. 복지부는 병원 측이 ‘법을 준수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한 만큼 사업을 승인할 방침이다.
2013년 7월 22일자 A1면 보도.
병원 설립의 허가권을 쥔 제주도 측도 “정부가 승인하면 곧바로 허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호 영리 외국병원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관광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서울시와 논의해 한강을 관광명소로 조성하는 한편 강남구 무역센터 일대를 한류관광특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또 현재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 중인 영종도의 리포&시저스(LOCZ), 파라다이스, 드림아일랜드와 제주도의 신화역사공원 등 4개 프로젝트 사업자가 겪는 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기로 했다. 금융 선진화 차원에서 현재 상하 15%로 묶여 있는 증시 가격제한폭을 상하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국제 투자자를 공모해 경기 화성시에 420만 m²(약 127만 평)가 넘는 초대형 국제테마파크 건립을 재추진하기로 했지만 올 6월 국회에 낸 산업입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투자설명회조차 열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날 나온 대책 상당수가 ‘재탕 정책’이라는 비판도 한다. 영종도 등의 복합리조트 설립 지원, 해외 우수대학 유치 등은 정부가 3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세부과제에 포함됐던 것들이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문병기 / 민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