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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는 미워도 파행은 부담… 새누리 민생법안 출구 고민

입력 | 2014-08-13 03:00:00

[세월호법 합의파기 후폭풍]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2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국회 대표실에 들어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사항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별검사 추천권도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설사 야당과 추가협상을 하더라도 핵심적인 쟁점 2가지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머리 아픈 이완구 與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재협상 결정을 합의 파기로 간주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경제를 포기한 야당” 맹공세

이날 지도부는 새정치연합의 재협상 요구가 원내대표 합의 파기라고 간주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적절하게 대처해달라는 (지도부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경제를 볼모로 삼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며 국민을 걱정시키고 있다”며 “‘경제를 포기한 야당’이라는 이름을 듣고 싶지 않다면 하루빨리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이 파기되자 당 지도부는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머리 복잡한 박영선 野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여야 모두)절대적 만족을 하기는 어렵다”며 여당의 양보를 압박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국정 마비 막기 위한 묘안 찾기 고심도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합의 파기’를 비판하면서도 집권 여당으로서의 고민이 있다. 야당을 비판하되 너무 몰아붙일 경우 역풍이 우려된다.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새정치연합과 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인선은 거의 마무리됐는데도 틀을 잡는 정부조직법과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은 마냥 대기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협상 파트너였던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고민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13일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파행 정국의 흐름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의 80% 이상이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 쟁점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지도부의 방침에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특검 추천권 등은 기존 의견을 고수하되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 등 다른 현안에서 유연하게 야당과 협상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져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한때 당내 일각에선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없던 일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일괄 처리가 아니라 단계별 접근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민생현안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야당에 제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건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어서 공세만 펼치기 힘들 것”이라며 “우선 하나씩 풀어가 보자는 의미에서 이견이 없는 법안부터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고 제안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일괄 타결하는 ‘패키지 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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