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형십자가 제작 맡은 대장장이 차인규씨-에스텔 수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이틀 앞둔 12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제대 설치가 한창인 서울 광화문광장.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는데 마치 자개장 같은 질감이었다. 사진을 찍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이 만들어졌다.
시복식 제대 뒤에 설치되는 십자가를 직접 디자인한 황 마리아 에스텔 수녀와 제작한 차인규 씨.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스테인리스 1.25t이 들어간 대형 십자가의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5∼20cm씩 불에 달군 뒤 대장용 망치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두들겨 펴거나 굴곡을 만들어냈다.
“한여름에 하루 8시간 이상씩 불 앞에서 일하다 보니 온몸에 땀띠가 나 꽤 고생했어요. 하지만 교황이 직접 집전하는 시복 미사에 사용될 대형 십자가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힘을 낼 수 있었죠.”
이를 일일이 용접해 이어 붙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솜씨 좋게 철제 이음매마다 구슬 모양의 장식도 만들어냈다.
“십자가 표면 작업이 가장 힘들었죠. 십자가가 빛을 받을 때마다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대장용 망치를 내려치는 작업을 셀 수 없이 했어요.” 덕분에 자개로 만든 것 같은 은은한 느낌이 묻어났다.
차 씨가 제작한 십자가는 액자구조 형태다. 십자가 안에 십자가 모양의 빈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 도안은 황 수녀가 3월 만들어 5월 바티칸 교황청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황 수녀는 “십자가의 아랫부분을 빼고 사방을 뚫어 이중 구조의 십자가를 만들어냈다”며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하느님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십자가를 만들 때 쇠를 불에 달구고 망치로 내려치는 과정에서 오색 빛깔이 나는데 인간의 삶 자체가 오색찬란하지 않느냐”며 “마무리 작업이 끝났을 때 십자가는 전체적으로 은빛을 나타내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죽고 난 뒤 하느님 앞에 모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