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은 초반부터 캐릭터가 제대로 잡혔다. 왼쪽부터 ‘찡찡이’ 윤상, ‘유희견’ 유희열, ‘총무’ 이적. CJ E&M 제공
사실 프로그램 콘셉트를 들었을 땐 ‘1990년대 우려먹기’의 반복 같았다. 윤상과 유희열, 이적은 ‘90년대의 오빠들’이었고 ‘응사’는 지난해 ‘90년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이니까. 식상하다고 욕하면서도 ‘채널 고정’ 했던 것은 오빠들과의 ‘의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90년대 그 오빠의 음악을 들었던 세대이며, 특히 ‘윤상 님’의 팬이었다.
‘팬심’을 배제하고 본 ‘꽃청춘’은 만듦새가 좋은 프로다. 과묵한 ‘꽃할배’와 왠지 서먹서먹해 보이는 ‘꽃누나’가 넘치는 자막과 편집의 힘으로 ‘케미(궁합)’를 가공했다면, 실제 20년 지기인 꽃청춘의 40대 아저씨들은 애초에 케미가 넘쳤다. 끊임없는 아줌마 수다에 ‘내가 ×× 형 음악은 안 듣잖아’ ‘난 ×××가 ××인 거 원래 알고 있었어’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솔직 뒷담화(××가 누구인지 미치도록 궁금했다)가 어우러졌고 전작과 여행 기간은 비슷하면서도 회차는 절반(8부→4부)으로 줄어 흐름이 빨라졌다.
물론 영리한 꽃청춘 제작진은 그 다음 회에 바로 오해를 풀어줬다.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윤상은 최근 우울증 치료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다. 우아해 보이기만 했던 그의 고백에 ‘짠’한 마음이 든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오빠도 늙었구나….”)
나이가 든다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 순환을 위해 침대에 누우면 발끝 치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소년성’을 간직한 아저씨들은 (팬심 없이 보더라도) 그 나름의 귀여운 맛이 있다. “청춘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오빠들의 다음 행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