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사진부 차장
당시 군인권센터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며 보도자료를 보냈지만 회견장에는 기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군인권센터와 임태훈 소장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기자의 경우 본지와 통신사 사진기자 등 3명만 참석했다.
사진기자들이 기억하는 임 소장은 2000년대 초반 동성애자 운동과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인권법률팀장 경력, 그리고 병역거부로 실형을 살았다는 정도였다. 노란 머리와 반바지의 모습이었다. 이번엔 양복을 빼 입은 임 소장이 윤 일병의 참혹한 모습이 담긴 시신 사진 여러 장을 크게 출력해 카메라 앞에 보여줬다. 같은 사진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강한 군대가 있어야 국민이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군의 잘못까지 그대로 덮을 수는 없다. 군 검찰은 가해자인 이 병장 등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한 수사와 법적 처리가 꼭 필요하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정작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국회의원들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부적절한 기념사진 촬영 때문이다.
이달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대대에서 사망사건 현장 조사를 벌인 후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 사진은 국회의원 자신이 퍼뜨렸다. 기념촬영에 참여했던 의원 사무실에서 지역 언론사에 그 사진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다.
그 사진을 본 누리꾼의 반응은 “소풍 갔느냐”는 비아냥거림 일색이었다. 다음 날 중요 일간지들이 문제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비판 여론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본지의 경우 6일 오후 7시경 사진을 입수한 후 7일자 신문에 게재했다.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