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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먼의 티셔츠, 인종차별을 말하다

입력 | 2014-08-14 06:40:00

롯데의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이 ‘누군가 듣고 있다’고 적힌 자체 제작 티셔츠를 들고 있다. 한국사회에 만연된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 티셔츠에 ‘말조심’ ‘누군가 듣고 있다’ 섬뜩한 문구…왜?

소사 등 외국인선수에게만 티셔츠 나눠줘
“인종차별 발언 제재 없어…KBO서 나서야”

롯데 쉐인 유먼(35)의 소리 없는 항의에 한국 사회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13일 넥센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롯데 선수들 상당수는 ‘찜닭 힘’ ‘뭐라카노?’ 같은 글자가 적힌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클럽하우스를 오갔다. 롯데 외국인투수 유먼이 팀이 부진할 때마다 힘을 내자는 취지에서 제작한 티셔츠였는데 많은 선수들이 입고 있었다.

이런 유먼이 12일 새로운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티셔츠는 ‘말조심…’, ‘누군가 듣고 있다’ 같은 섬뜩한 문구들을 담고 있었다. 어떤 의도에서 나온 말인지 유먼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유먼은 이 티셔츠를 롯데 선수단에 돌리지 않았다. 넥센 소사 등 외국인선수들에게만 티셔츠를 나눠줬다. 스포츠동아는 13일 유먼을 만나서 진심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유먼은 한국 사회가 미처 죄의식조차 못 느끼는 차별에 저항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 “한국 사회는 인종차별에 너무 관대하다”

유먼은 “올해로 한국에서 3년째 뛰는 동안 인종차별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먼 개인을 겨냥한 것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선수들이 당한 것까지 포함한다. 유먼은 “특정선수나 방송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특정인물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질타를 가하지 않고, 그저 장난으로 치부해버리려는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유먼은 또박또박 말했다. “피부색을 가지고 농담하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행위다. 한국 사회는 거기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그러나 피부색이 다른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외국인선수라고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다 전해 듣는다. 그것을 알리고 싶은 의미로 티셔츠를 만들었다.”

이 티셔츠는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선수 전원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티셔츠에 영어가 아니라 한글로 메시지를 박아놓은 것은 외국인선수들의 외침을 한국민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KBO에서도 나서주길 바란다”

일각에서 NC 찰리의 욕설 파문 때문에 티셔츠를 만들었다는 추측에 대해 유먼은 “그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제작을 의뢰했다. 그리고 찰리는 인종차별과 무관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마음에 못이 박히는 인종차별 발언을 들어도 한국 사회에서 뭐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외국인선수끼리라도 문제의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티셔츠를 생각한 것이다. 유먼은 “내 뜻에 동감하지 않는 외국인선수가 티셔츠를 안 입는 것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유먼은 “인종차별성 발언이 터지면 아무도 제재도, 페널티도 주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도 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시상식 때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을 하늘로 뻗었다. 유먼의 티셔츠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검은 장갑’이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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