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RO회합’ 성격, 해산심판땐 “개인 모임” - 이석기 항소심땐 “黨 강연회” 내란음모 혐의 뒤집으려다… RO- 통진당 연계 스스로 인정
11일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재판부에 제출했던 항소이유서의 요지다. 1심은 ‘RO(혁명조직)’ 조직원 130명이 지난해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 교육관에 모인 자리에서 내란음모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이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를 벗기 위해 “5·12 회합이 RO 모임이 아니라 흔한 ‘정당 행사’”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피고인의 주장을 100% 받아들였고 그 결과 이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 부분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정당 행사’라는 주장이 인정돼 형량도 징역 12년에서 3년이 줄었지만, 이 대목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위헌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는 통진당 측에 도리어 치명적인 ‘독(毒)’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항소심 선고 결과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 통진당이 유리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이 꼭 통진당에 유리할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11일 서울고법의 판결문에는 5·12 회합이 틀림없는 정당 모임으로 기재돼 있다. 서울고법은 이 회합을 내란음모와 똑같은 불법성을 가진 ‘내란선동의 장’으로 규정하면서 통진당의 모임으로 인정한 것은 이 의원 주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의) 내란선동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행위로서 ‘피고인의 주장대로’ 현직 국회의원 주도의 정당 모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란음모 혐의를 벗기 위해 5·12 회합의 ‘목적’에만 치중하고 정당 모임이라는 점을 쉽게 인정한 것이 이제는 ‘당과는 무관한 일탈행위’로 빠져나갈 수 없게 ‘자승자박’한 꼴이 된 것이다. 헌재 심판에서 관련 사건의 판결문은 그 자체로 증거가 된다.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 측 대리인 정점식 검사장은 “통진당이 이석기 재판 판결의 영향을 단단히 오도하는 것 같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대로’ 인용한 부분을 오독하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