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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본회의 무산… 원내대표 100일 ‘법안처리 0건’

입력 | 2014-08-14 03:00:00

[세월호법 합의 파기 후폭풍]與 의총 “재협상 불가” 강경론 우세
野는 “여당이 양보해야” 되풀이… 이완구 “대화는 해야” 여지 남겨
대화정치 복원 취임초 의지 퇴색… 여야 원내대표 리더십 흔들




답답한 與지도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13일 국회 본회의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재협상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에 공을 넘겼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할 경제 활성화 법안 등 국정 현안들도 줄줄이 발목이 잡혔다.

○ 與 “재협상 불가” vs 野 “여당이 풀어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장우 의원은 “야당이 협상안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며 “친노(친노무현)·강경파들이 문제”라고 비난했고, 유기준 이한성 김용남 의원 등도 “재협상은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국회 몫 4명 가운데 3명을 양보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은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공개 발언을 한 22명의 의원 가운데 ‘정국을 풀기 위해 야당에 양보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의원은 2, 3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야당과 협상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협상이라는 용어를 쓰지 마라. 여야 원내대표 간 기존 합의를 훼손하지 말라는 게 의원들 대다수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치는 대화이고, 대화는 항상 해야 한다”며 대화의 통로를 닫지는 않았다. 국회 마비에 대한 여론의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여당에 책임을 넘겼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혁신공감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는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건 중도파로 분류되는 김성곤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법은 이성으로 만들지만 정치는 가슴으로 하지 않느냐”며 대승적 양보를 촉구했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정치력이 출중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해결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민생법안 분리 처리 놓고 여야 신경전

이날 본회의 개최가 무산됨에 따라 1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국조특위 청문회, 경기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대학 특례입학 특별법,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법안 통과 등도 모두 미뤄지게 됐다. 26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1차 국정감사 일정도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관련 합의를 야당이 파기한 만큼 시급한 민생법안을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당장 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세월호와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생법안 연계 처리 얘기는) 단 한 번도 오간 적이 없다”면서 “새누리당이 그런 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적극 환영한다. 새누리당은 연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일각에는 여전히 ‘선(先)세월호 특별법 처리, 후(後)민생법안 처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단원고생 특례입학, 1차 국정감사 등은 시한이 촉박하고 무산될 경우 여야 모두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18일경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취임 100일 맞는 이완구-박영선 리더십 위기

5월 8일 나란히 선출된 이 원내대표와 박 위원장은 1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두 사람은 ‘대화정치 복원’을 추진했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여야 원내대표 주례 회동을 성사시켰다. ‘찰떡궁합’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처리 합의 날짜를 두 차례나 어겼고, 합의 내용이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14일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모두 ‘100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원내대표’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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