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와 무하마드 알리. 카톨릭 교황과 전설적 복싱 선수로 추앙받는 이들의 공통점은 파킨슨병을 앓다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점이다. 뇌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용 칩세트를 주력으로 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인텔이 마이클 J. 폭스재단(MJFF)과 협력해 파킨슨병을 분석하는 데 도전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MJFF는 파킨슨병 연구 분야의 최대 비영리 후원단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은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와 빅데이터. 연구가 시작되면 수천 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은 미국 벤처기업이 만든 손목시계형 기기 '페블'을 차게 된다. 페블은 환자의 심박 등 기본 정보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 특유의 근육 경련과 굼뜬 움직임의 패턴, 수면의 질과 같은 정보를 초당 300번 이상 24시간 내내 전송한다.
토드 쉬어러 MJFF 대표는 "제임스 파킨슨 박사가 병을 발견한지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와 다름없이 주관적인 방법으로 밖에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는 파킨슨병 진단과 치료에 있어 전례 없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의료계 전반에 빅데이터 기술 도입이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인텔이 이번 연구 참여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인텔 창업공신으로 최고 전성기를 이끌어내며 199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까지 선정했던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이 14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 인텔 데이터센터그룹총괄 다이앤 브라이언트 수석부사장은 "그로브 전 회장의 간곡한 요청도 연구 참여 결정에 한 몫을 했다"고 밝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