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사이트에 호소글 올린 파키스탄 출신 18세 소녀 공장 다니던 아버지 부상으로 중학교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2008년 이후 불법체류 신분 법무부 “안타깝지만 특혜 안돼” “저는 한국말밖에 못하는데 여기 미래 없으면 어떡해요”
“나이 먹고 철이 들어가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계속 숨어 살고 마음대로 일자리도 찾을 수 없는 환경에서 학교 공부에 집중한다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파키스탄 출신의 18세 소녀 사라(가명)는 불법체류자다. 현재 경기 부천시에 살고 있는 사라의 부모와 4남매 모두 6년째 불법체류 상태다.
처음 한국에 온 사람은 사라의 아버지다. 1999년 파키스탄에서 버스 운전을 하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반년 만에 공장에서 고관절을 다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어머니는 2000년 다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당시 다섯 살, 네 살, 두 살인 세 자녀를 데리고 한국 땅을 밟았다. 둘째인 사라는 당시 네 살이었다.
사라는 중학교를 중퇴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렵게 여섯 가족의 생계는 이어 갔지만 문제는 비자였다. 2003년 아버지가 합법화된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2006년에 다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 체류 기간이 2008년 9월까지 연장됐다. 그러나 이후 사라 가족은 더이상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지 못했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려 수차례 결심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모아놓은 재산이 없을 뿐 아니라 파키스탄에 가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미래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네 자녀 모두 한국을 고향처럼 여기며 한국어밖에 구사할 줄 몰랐다. 2007년 태어난 막내는 파키스탄 땅을 밟아본 적조차 없다.
집안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라는 묵묵히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막내 여동생의 교육과 집안 대소사를 도맡아 왔다. 간질 환자인 첫째 언니(19)를 돌보는 일도 사라의 몫이다. 한창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 나이였지만 사라에게는 꿈이 없었다.
최근 사라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바로 남동생의 병원 치료비다. 올해 6월 고등학교 1학년인 셋째 남동생이 수업시간 중 축구를 하다 팔이 부러졌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학교 측은 전부 책임지겠다며 조속히 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100만 원 넘는 치료비가 청구되자 뒤늦게 치료비의 일부만 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사라의 바람은 소박하다. “단 하루라도 마음 편히 살아보고 싶어요. 우리가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이곳 한국에서요.”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