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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 지하차도 바로밑에 70m 대형 동공

입력 | 2014-08-15 03:00:00

차도 떠받치는 기둥 25개도 균열…차량통행 중단 침하현상 정밀조사
조사단 “싱크홀 원인은 지하철 공사, 원통형 실드 파고들면서 지반 약화”
주변 건물 피해 확인 땐 공사 중단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바로 아래에서 길이 70m에 이르는 대형 동공(洞空·텅 비어 있는 굴)이 추가로 발견됐다. 지하차도를 떠받치는 기둥 25개에도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서울시가 5일 나타난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지는 현상)’ 원인을 조사하던 중 드러났다. 대형 동공은 폭 5∼8m, 깊이 4∼5m, 길이 70m 규모로 서울시는 이 일대 차량 통행을 중단시키고 지하차도에 침하현상이 있는지 정밀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은 14일 이번 대형 동공이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 때문에 발생했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터널 주변의 지반 상태를 심층 조사하고 보강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박 5일의 유럽 출장을 마친 14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9호선 공사 구간은 물론이고 인근 건물에도 지반 침하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서울시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의 원인은 그동안 거론됐던 하수도관이나 광역 상수도관 등 지하 매설물의 결함이 아니라 9호선 터널 공사에 적용된 ‘실드(Shield)’ 공법이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법은 원통형 실드(강재)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지표면을 전면적으로 파 공사하는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상대적으로 지반 침하 위험성이 있는 공법이다. 대형 동공과 9호선 터널은 수직으로 약 13m 떨어져 있다.

조사단은 대형 동공과 싱크홀이 확인된 지점은 지하수에 유실되기 쉬운 충적층(모래, 자갈)이 두껍게 자리 잡은 구간으로 지하수 수위의 변동에 따라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석촌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동부도로사업소와 9호선 시공사 측은 이 터널 공법의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고, 현재 지반 보강 방법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조사단은 이를 토대로 “대형 동공과 싱크홀은 지하철 공사 시공관리 미흡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추가로 정밀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싱크홀이 석촌호수의 수위 변동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호수와 현장의 거리 등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관련성 여부는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현장 주변 건물에 계측기를 설치해 균열, 경사도, 침하상태를 측정하고 기준을 벗어난 건축물이 확인되면 실드 터널 공사를 즉각 중단시킬 계획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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