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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기자들과 셀프카메라 찍고 볼키스… 기내서도 파격

입력 | 2014-08-15 03:00:00

전세기 동행… 가까이서 본 교황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전세기에서 본보 전승훈 특파원이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마주 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은 무척 부드러웠다. 따뜻했다. 비행기 창문에서 새어 들어온 빛이 교황의 하얀색 수단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악수를 마치고 교황의 해맑은 미소와 마주친 순간 멍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는 교황의 귀에 대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많은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교황님의 방한은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에 교황은 친근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예,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한 한국행 비행기가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이륙한 지 약 40분이 흐른 시점. 교황이 취재진과 공식 수행단 사이를 가로막은 기내 칸막이를 열고 나타나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박수가 쏟아졌다.

교황은 3분간 짤막한 인사말을 마친 후 전세기로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날 비행기에는 본보를 비롯한 주요 외신기자 70명이 동행했다. 일부 기자는 교황과 함께 셀프 카메라 사진을 찍는가 하면, 볼 키스를 나눴고 미리 준비해온 묵주, 십자가 등의 성물에 교황의 축복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교황이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 분. 이는 전임 교황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모습이라고 교황청 관계자가 전했다.

교황은 이날 기내에서 숙연한 분위기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교황이 마이크를 잡기 전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이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하던 이탈리아 출신 AP통신 사진기자 시모네 카밀리의 사망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방금 들었듯이 여러분의 동료가 오늘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며 “이것은 전쟁의 비극”이라면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무거웠던 분위기는 교황의 농담으로 일순간 떠들썩한 분위기로 반전됐다. 교황은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구약성서에서 다니엘 선지자가 사자굴 속에 갇혔어도 살아남았던 것처럼 나도 결코 ‘사자굴’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사자굴’에 비유한 이 농담에 기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교황의 방한 전세기인 알리탈리아 항공기(AZ4000)에는 승객용 좌석의 헤드커버나 기내식 메뉴에도 교황의 문장을 수놓은 천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 외에 교황을 위한 침대나 회의실 같은 특별한 내부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기내에서 제공된 식사도 교황부터 취재기자단까지 모두 같은 음식이 제공됐다고 승무원들이 밝혔다.

교황 방한 전세기=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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