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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선 프란치스코 보려면 버스-지하철 타러 가”

입력 | 2014-08-16 03:00:00

‘교황의 절친’ 스카프로-게레로씨




프란치스코 교황의 ‘절친’ 피노 스카프로 성령쇄신운동회 회장(왼쪽)과 교황의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 이웃사촌이었던 아나 게레로 씨.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이 쏘울 타는 모습이 놀랍나요? 아르헨티나에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만나 뵙던 분인데요 뭐.”

15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만난 부에노스아이레스 성령쇄신운동회 회장 피노 스카프로 씨(48)와 회원인 아나 게레로 씨(61·여)는 “늘 보던 모습”이라며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 시절 성령쇄신운동회 지도사제를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특히 게레로 씨는 1980년대부터 교황과 한 동네에서 살아온 이웃사촌이다.

성령쇄신운동회는 2009년부터 음성 꽃동네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8월 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교황을 알현하는 데 도움을 줬다. 두 사람은 교황 방한에 맞춰 꽃동네를 찾았다.

―가까이서 모셨으니 습관도 잘 아나.

“파파(교황) 사생활을 모두 말씀드릴 순 없지만 군것질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단 음식을 좋아하는데 다디단 아르헨티나 전통과자 알파호르를 즐긴다. 이번에 선물하려고 아르헨티나에서 잔뜩 가지고 왔다.”(게레로 씨)

―교황의 축구 사랑이 굉장히 유명하다.

“응원하는 팀이 있고 축구 보는 걸 무척 좋아하신다. 연세가 꽤 있을 때 만나서 직접 축구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다른 주교께 살짝 들었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데 비해 뛰어난 실력은 아니라고 했다.(웃음)”(스카프로 씨)

―교황에게 혼난 적도 있나.


“딱 한 번 있는데… 이유는 말할 수 없다.(웃음) 잘 혼내지 않지만 싫은 소리를 할 땐 꼭 유머를 섞어서 재밌게 말한다. 교황 하면 유머다. 지금도 소년의 신선한 유머를 구사한다. 언젠가 성령쇄신운동회 모임 때 딱 들어갔더니 ‘너 여기 왜 왔어. 악령 쫓으러 왔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이 농담이 왜 재미있느냐고 했더니 스페인어로 하면 굉장히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했다).”(게레로 씨)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추기경 시절 미사를 집전하면 넓은 성당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미사가 끝나면 추기경과 인사하려고 신자들이 몰려들어 교황이 넘어질 뻔한 적도 많다. 내가 덩치가 있으니까 교황 옆에 딱 붙어서 밀리지 않도록 호위했다. 한 번은 교황께 딱 한 계단만 올라가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단호히 ‘아니, 한 계단 위에서는 안 된다. 같은 눈높이에서 인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스카프로 씨)

교황과의 일화를 더 알려 달라고 하자 두 사람은 “아, 이런 얘기들이 있다”며 서로 맞장구쳤다.

“대주교 시절 교황을 만나러 회의실에 가면 크고 편한 의자, 작고 불편한 의자까지 다양한 의자가 있었다. 우리가 가장 낡은 의자부터 골라 앉으면 비서가 와서 거긴 절대 앉지 말라며 ‘그분 자리’라고 했다.”(스카프로 씨)

“가난한 사람을 자주 찾았다. 빈민가나 위험한 동네도 걸어서 다녔다. 병자를 위로하고 발도 씻어주었다. 고통받는 이에게 동전을 주는 일보다 손을 만져주고 눈을 바라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게레로 씨)

―교황이 되실 줄 알았나.

“2012년 12월 교황 생신 때 인사도 할 겸 상의를 드리러 갔다.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했는데 이듬해 3월 로마에 가더니 교황이 돼 돌아오지 않았다. 교황이 되고 나서 다시 만났을 때 행동과 말씀은 여전했다. 단지 가난한 이의 추기경에서 이제 가난한 이의 교황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선출됐을 때 기뻤지만 곁에 있던 분이 떠나서 많이 아쉬웠다.”

음성=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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