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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진화는 3G 속도, 멸종은 LTE 속도

입력 | 2014-08-16 03:00:00

◇여섯 번째 대멸종/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혜리 옮김/344쪽·1만7000원·처음북스




펭귄과 비슷해 보이는 큰바다쇠오리는 10세기만 하더라도 흔했지만, 인간의 지나친 포획으로 1844년 멸종했다. 이제는 박제품 몇 개만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글래스고 박물관 제공

공룡 장난감에 푹 빠져든 4세 남자아이가 “이제 공룡은 죽어서 이 세상엔 없는 거지?”라고 묻는다. 보통 엄마들은 “물론”이라고 답할 거고 과학에 해박한 엄마라면 공룡이 사라진 몇 가지 설(說)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 대멸종을 겪었다. 그때마다 생물 종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인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간지 ‘뉴요커’의 전속 기자인 저자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바로 인류에 의해 저질러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미 멸종했거나 위기에 처한 파나마 황금개구리, 수마트라 코뿔소 등 십여 종의 서식지를 직접 찾아가 그 이유가 인간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펭귄을 닮은 큰바다쇠오리는 1800년대까지 아이슬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베갯속용 털과 등잔용 기름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학살당했다. 1844년 이후 큰바다쇠오리는 그림으로만 볼 수 있다. 또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 바닷물의 산성화가 계속 진행되면 바다 생물의 대량 멸종이 가능하다는 예견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내 손자가 나중에 동물 인형을 손에 들고 “옛날에 이 동물을 실제로 봤을 때 어땠어요”라고 묻게 할 순 없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