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이날 포럼에는 푸단대 한국조선연구센터,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상하이 사회과학원 등의 한반도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중국 최초의 외교안보비전 작성을 주도한 유력인사와 중국 군부 흐름에 정통한 전문가도 참여했다. 주(駐)상하이 총영사관 관계자는 “상하이의 핵심 한반도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고 말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청중 가운데는 대학생을 포함한 100여 명의 중국인이 보였다.
중국 참석자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적극적인 대한(對韓) 접근에서 비롯된 ‘하향식 변화’임을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현재 중국은 1인 집권체제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 평양을 제쳐두고 서울을 먼저 방문한 시 주석의 행보를 중국의 국가기관 관변단체 한반도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달라졌다. “한중관계는 이미 북-중관계를 넘어섰다.”(궁커위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센터 부주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변해 북핵 문제에서 북한보다 중국의 국익을 더 중시하게 됐다.”(정지융 푸단대 한국조선연구센터 주임)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한국의 통일방안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푸단대 정지융 주임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구상,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좋은 정책이기는 하지만 북한이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 시행 불가능한 정책이 됐다”고 꼬집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중, 한중러 군사훈련을 제안해 한국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에 한 발짝 다가선 중국의 변화 속에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다.
현재 남북은 대화 재개를 놓고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고위급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동원해 적대정책 포기를 요구했다. 북한은 교황의 서울 도착에 맞춰 방사포를 발사하는 도발도 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칠 것이다.
남한도 북한도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협력이 필요하다. 성패는 주변국 변수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하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힘이 없어 중국의 보호를 받았지만 이제는 중국에서 당당하게 통일방안을 논의할 정도로 국력을 키웠다. 유리한 여건을 활용해 중국을 더욱더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통일의 길이 가까워진다.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핵심동력이 대통령의 리더십이고 정부의 외교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