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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생사의 갈림길에 선 현대증권, 노사가 지혜 모아야 멀리 간다

입력 | 2014-08-18 03:00:00


김재영 기자

10월 매각을 앞두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증권의 요즘 사내 분위기는 흉흉하다.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조건 등 구조조정 내용을 놓고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상당수 직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서다. 회사 측이 6∼11일 희망퇴직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전체 직원의 10% 수준인 240여 명이 신청서를 냈다. 회사 측은 19일에 퇴직 대상 직원을 통보할 계획이다.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희망퇴직 보상조건이 다른 증권사보다 못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퇴직하면 최대 12개월 치의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받을 수 있다. 부장급이 1억 원 정도다. 앞서 구조조정을 추진한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부장급이 각각 받은 2억6000만 원, 2억4000만 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중한 직장을 떠나는 현대증권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숫자로만 비교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현대증권은 리테일 부문의 적자 누적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201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재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간 1000억 원 이상 비용을 줄이라는 외부의 경영진단도 받았다. 6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전 임원이 일괄 사표를 냈다. 경영 합리화를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선 다른 증권사들보다 사정이 다급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는 이번 희망퇴직으로 현대증권의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경은 사장은 14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비용 절감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획기적인 비용 절감 대책을 시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에서 끝나지 않고 자칫 경영상의 이유로 대량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증권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1990년대 후반 ‘바이 코리아’로 증시의 부흥을 이끈 ‘명문 증권사’다. 하지만 현대증권도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된 증시 불황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현대증권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한국 증시를 강력히 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디 현대증권 노사가 상생과 협력의 지혜를 발휘해 현재의 경영 위기를 이겨내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재영 경제부기자 redfoot@donga.com